모처럼 남편과 고향인 청양에 다니러 갔다. 몇 해 전부터 둘째시숙 혼자 지키고 있는 고향집이다. 한때는 부근의 산과 토지 대부분이 시댁 소유였으나 두 분 떠난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나마 올해는 소작하던 이들이 마다해서 묵는 땅이 적지 않다. 이미 장년이 된 시숙도 힘에 부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농사를 짓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향집 입구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초록색 양철대문. 뒷산으로 오르는 작은 언덕 위 보리수 열매는 제 철을 만나 새빨갛게 익었다. 시큼 달콤 떨떠름한 맛을 고루 지닌 그것은 청을
정치가들이 잠자는 밤에 국가의 경제가 성장한다고 했던가? 구멍가게도 한번 안 해 본 인간들이 재벌을 개혁한다고 설치고 다니고,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연구실에 오후 6시가 되면 불과 컴퓨터를 끄고, 어기면 벌이나 문책을 받아야 하는 나라에 희망과 미래가 있는가? 이는 현 정부의 탁상행정의 극치이고, 무지와 무식의 소치가 아닌가? 권력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인간들은 어느 때고 자고 싶으면 자고 쉬고 싶으면 쉬지만 가난한 대중은 밤낮으로 피땀을 흘리면서 일을 해야 하고,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고 추월하기 위해서 밤을 세워
곧 우리 부부는 결혼 40주년 기념일을 맞는다. 오랜 시간 참고, 잘 살아왔다. 이날은 특별히 맛난 안주를 장만하여 술 한 잔을 나누면서 그동안 함께해준 남편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 한때는 기념일마다 애들과 함께 날 잡아 여행을 간다거나 보고 싶은 영화를 함께 보는 등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의 취향이 워낙 다르다 보니 번번이 어려움이 많았다. 유독 한식만 찾는 남편은, 음악도 판소리와 국악 등 우리 음악을 더 좋아하며, 옛날 농촌 풍경이 나오는 극히 제한된 소재의 한국영화만 본다. 반면에 여행을 좋
너와 나의 구분 짓기가 일반화되고, 갑과 을의 구분이 냉정한 시대가 되고 있고, 지도층의 온갖 갑질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힘들고 어렵더라도 진정한 상생과 통합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합덕지역에서 모여고의 남녀공학 전환 시도라는 뜻밖의 일 앞에서 과연 진정한 상생과 통합으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상생을 추구한다면서 같은 지역의 교육가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똑같은 위기 앞에서도 남다른 열정과 도전으로 극복해 온 교육가족을 위협하고 그들의
우리나라는 오랜동안 OECD 국가들 중에서 실질적인 자살률 1위를 기록해왔습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2013년부터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지역별로 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해왔습니다. 대전광역시도 자살예방조례를 제정하고, 각 구와 광역단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예방팀을 두고 자살예방사업을 해왔습니다. 대전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비교적 자살률이 낮은 시도에 속하지만, 그래도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자살 사망률이 높고, 최근 몇 년간은 자살 사망률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전광역시에서는 기
우리 사회는 지금 항로 잃은 돛단배 처지이다. 사회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인성이 결여된 교육은 학생다움을 잃어가게 하고, 시민은 민주의식이 희미해져만 간다. 화합과 상생의 구호는 허공에 메아리로만 맴돌다 흩어지고, 민주와 정의의 가치는 추락한 지 오래다.또한, 안전사고는 반복되고 각종 비리와 범죄는 날로 기승을 부린다. 도덕과 윤리를 부르짖는 사람을 도리어 이상하게 바라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풍토가 현명한 삶인 것처럼 비치고, 빈부의 갈등과 지역 갈등, 이념적 갈등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서로의 허물만 들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역사가 바로잡히는 것을 누누이 본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요동정벌을 뜻대로 이루었더라면 우리나라 영토가 광활해졌을 것이나 위화도 회군이 결국 이 나라를 영원히 소국으로 고정시키고 말았음을 단재 신채호는 한스럽게 평가하였다. 19세기말 우리나라가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삼아 앞장서 침략하였으나 여러 차례 격퇴하였지만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망국노-매국노들의 만행 때문에 2천만 국민을 노예로 만들고, 국호와 주권을 팔아먹었으며 치욕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와 유사한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일
꽃샘추위의 몽니 속에서도 산수유, 청매화는 한창이고, 친정집 구부정한 살구나무에도 꽃잎이 한 잎 두 잎 터지면서 봄이 제자리를 찾습니다. 노목(老木)의 굳은 몸속에 곰삭은 그리움 앞세우고 첫사랑인 듯 다시 꽃이 핍니다. 계절은 누가 뭐라든 세상이야 어찌 돌든 무심히 제 자리를 찾건만, 주체할 수 없는 이 마음은 국수 면발처럼 떨어져 내리는 봄 햇살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립니다. 비단 올 봄에 유난한 봄바람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의 첫 페이지 같은 찬란한 허무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그런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을지도 모
봄비가 내린다. 꽃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봄날은 가요, 내리는 꽃비들이 내게 말한다. 나와 세상은 둘이 아니에요, 한다. 가만히 꽃 잎 떨어진 자리를 보니 그 몸을 포갠 것들도 있지만 다 각각 자리가 다르다. 가지에 남은 꽃들이 함박웃음 짓는다.괴로움을 떠나 어찌 즐거움을 얻을 것이며 번뇌를 떠나 어찌 행복을 얻을 수 있겠는가. 괴로움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다. 우리들의 이정표는 거리와 방향만을 표시할 뿐이다. 플랫폼에 선 우리가 이정표대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는 우리들의 선택이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다. 진정한 행복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인사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가나 기업은 물론 각종 단체 기관들도 어떤 자격과 자질, 능력과 의지를 지닌 사람을 어떤 자리에 앉혀 어떤 일을 하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나 기업, 기관이나 단체의 장래가 좌우될 수 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언제나 정권이 바뀌게 되면 반대여론이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내 사람심기로 코드인사, 보은인사, 낙하산인사 등 정실인사가 성행해온 게 사실이다. 현 정권도 이 같은 관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문대통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이 2017년 신설한 ‘향토예술인창작지원금’을 몇몇 원로문학인들이 부정수급한 일이 생겼다. 23명의 해당 문인들 중 7명이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지원금을 받은 후 개인 작품집을 발간하면서 거의 표지만 바꾸거나 전작에서 발췌하여 발간을 한 것이다.보도에 의하면 시조시인 J씨는 91편 중 90편이 동일했고, 소설가 K씨는 3편의 단편소설 중 2편을 제목만 바꿔 그대로 실었으며, 수필가 A씨는 74쪽 분량을, 시인 B씨는 추려서, 동시인 C씨는 전체분량의 25%를 재수록 했다 한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