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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 명사칼럼] 역사와 다수결의 함정
[박헌오 명사칼럼] 역사와 다수결의 함정
  • 이철휘 기자
  • 승인 2019.05.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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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시인,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시인
박헌오 시인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역사가 바로잡히는 것을 누누이 본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요동정벌을 뜻대로 이루었더라면 우리나라 영토가 광활해졌을 것이나 위화도 회군이 결국 이 나라를 영원히 소국으로 고정시키고 말았음을 단재 신채호는 한스럽게 평가하였다. 19세기말 우리나라가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삼아 앞장서 침략하였으나 여러 차례 격퇴하였지만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망국노-매국노들의 만행 때문에 2천만 국민을 노예로 만들고, 국호와 주권을 팔아먹었으며 치욕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와 유사한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므로 큰일에서 작은 일까지, 옛일에서 미래의 일까지, 모두 준엄한 감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한 점에서 시작된 역사의 오판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어오는 것을 우리 역사가 증거해 주며, 오늘 나의 오판과 태만과 유기가 그와 같을 수 있다. 1903년 일제가 우리나라의 황무지를 개간해준다고 간교를 부렸을 때 이하영 일파들이 앞장서 조인을 체결하였다. 결국 동양척식회사라는 강도(强盜)회사로 변신하여 우리의 땅을 빼앗는 괴물이 되도록 키워줬다.

1905년 을사 늑약은 앞장서 목숨을 내걸었어야할 대신들 중 이완용, 이지용, 박제순, 권중현, 이근택 등 5()이 손을 들고, 한규설, 민영기, 이재극 등은 반대를 했는데 다수결로 결정되었다고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매도하고, 통감부를 설치하여 식민통치하는 조약을 체결시켰다. 2천만 국민의 뜻은 한규설 등 세 사람에게 있었고, 을사오적은 왜적의 충노(忠奴)에 불과하였다. 결정권 없는 사람들의 표결에 과반수로 결정되었다는 것은 만고에 무효였다.

1910년 드디어 나라의 통치권과 국민의 주권을 왜적에게 넘기도록 재촉하는 한일합방 빨리하자고 경쟁적으로 송병준과 이완용이 왜적을 찾아 나서자, 기다렸던 이등방문이 와서 한일합방을 반대하는 학부대신 이용직을 회의석상에 참석치 못하도록 내보낸 다음 이완용, 윤덕영, 민병석, 고영희, 박제순, 조중응, 이병무, 조민희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시켜 대담하게도 나라와 국민을 한밤중에 팔아먹었다. 이용직 한 사람의 뜻이 2천만 국민의 뜻이고, 이완용 일파의 뜻은 도둑 몇 놈의 뜻이라 할 것인데 다수결로 결정되었다고 한국을 없애버리는 합방이 선포되고 말았다. 항의하고 저항하는 국민은 개별적으로 투옥되고 죽임당하는 강점 체제 아래서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다만 영원히 없어질 나라라고 믿고 그 몇 사람이 귀족작위를 받아 권력을 독식하고 호의호식하며 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들의 행위가 강점자에 의해서 영원히 보호받으리라고 영리(?)한 판단을 했으리라. 자기만 살자고 세월호 선장이 수많은 목숨들이 수장되는 순간 팬티 바람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오던 모습이 연상되듯 불행한 일들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온 국민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19541127일 제1공화국 제 3대 국회에서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한 헌법개정안(기초위원 : 이기붕, 임철호, 윤만석, 박일경, 백한성, 한희석, 장경근, 한동석)을 국회 비밀투표로 의결할 때, 재적 203명중 재석 202, 찬성 135표로 개헌 정족수인 136표에 한 표가 부족해서 부결되었다. 그러나 소위 135.33으로 영점 이하숫자는 1인이 되지 못하므로 사사오입해서 의결정족수가 135표면 된다고 번복시키는 희대의 사건도 있었다. 그 한 범죄가 한국의 역사를 두고두고 뒤흔들어 오늘까지도 통한(痛恨)을 일으킨다.

여당 국회의원은 무조건 집권연출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냐고 탄식할 때 여당의원이면서도 김두한, 민관식 같은 용기 있는 국회의원이 통탄하는 국민과 마음을 같이해 주었다. 다수결에도 함정이 있음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 원천인 국민의 뜻이 아니고서는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만장일치로 국회에서 통과시켜도 국민은 무효로 간주할 수 있다.

부당 불공정한 작용이 개입된 다수결이라면 평정심으로 돌아왔을 때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불완전한 수치를 근거삼아 국민의 이름 국민의 뜻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 아니냐고 억울해 하는 사람들도 흔히 있어왔다. 국민들이 침묵하고 대답하지 않음은 내 이름 내 뜻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아예 없는 자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과거에도 잘못한 사례가 있었는데 왜 지금만 탓하느냐?”고 추호라도 스스로 말해서는 안 된다. 바라건대 오늘은 하나도 잘못하지 않을 것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자기편을 위한답시고 그릇된 일에 맹종 월권 탐익 남용하지 말고 한규설, 이용직, 등과 같은 양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평상적 양심과 상식이 교과서이다. 먼 훗날 반드시 실상의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여 망국인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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