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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만리포 연가 쓴 박미라 시인, 일곱 번째 시집 ‘비 긋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까?’ 펴내

박미라 시인, 일곱 번째 시집 ‘비 긋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까?’ 표지
박미라 시인, 일곱 번째 시집 ‘비 긋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까?’ 표지
박미라 시인
박미라 시인

[천안=스타트뉴스 이철휘 기자] 충남 태안군에는 31개의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온 산하를 떠받치고 있어 신비한 바다 풍광으로 유명하다.

그 많은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만리포해수욕장이다.

이곳에는 박미라 시인이 만리포를 예찬하는 시를 쓴 만리포 연가시비(詩碑)가 푸른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을 보이며 오늘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이렇듯 독자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경기도 광주 출신 박미라 시인이 이번에 일곱 번째 시집 비 긋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까?’[현대시학] 라는 책을 펴내 독자들에게 색다른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시집에는 총 53편의 주옥같은 시어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한결같이 삶의 고달픈 애환과 심미적 특성을 그린 귀한 시어들이다.

때로는 여승처럼 서러워 혼자 우는 슬픈 시편들도 있다.

이제, 이순(耳順)을 넘어 고희(古稀)의 연륜에 접어든 여인의 해박한 식견이나 예리한 관찰이 깔린 시편들이 눈길을 잡는다.

이 시집의 대표작은 도플갱어라는 시다. '도플갱어는 독어로 Doppelganger라고 표기한다.

풀이하면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으로 같은 시대와 공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보는 것을 말한다.

, 자기 분신 또는 분신 복제 등을 칭한다.

작가는 모든 사물을 생각하고 관찰하는데도 도플갱어가 정신적으로 형상화되어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장인수 시인은 박미라 시인의 시집은 맨정신과 미친 정신이 서로 싸우며 써 내려간다고 유별나게 표현했다.

어느덧 고희(古稀)를 맞는 박 시인은 평소 소탈하면서도 털털하지만 정이 많은 성격을 지녔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몸에서는 동화책에서 나오는 10대들의 말괄량이 삐삐나 깻잎 머리 여학생의 모습이 종종 돌출된다.

젊은 여인의 팔팔함과 관능미가 넘치는가 하면 나이를 초월한 재치와 입담이 스스럼없이 나와 지인으로부터 놀라움을 주곤 한다.

누구든 세월은 잡을 수 없다. 박 시인은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겪고 산 시안(詩眼)을 지니고 있다.

문득, ‘바람이 불어오면 부는 대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그런 거지라는 김국환 가수의 타타타의 노랫말이 떠올라 흥얼거려본다.

깊어 가는 가을!

가을향기 그윽한 산사의 고즈넉한 카페에서 진한 커피 한잔을 머금은 채 박미라 시인의 지나온 삶을 되새겨본다.

박미라 시인은 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출신으로 시집 울음을 불러내어 밤새 놀았다등 일곱 권의 시집을 펴냈다.

에세이집 그리운 것은 곁에 있다를 출간했고 아르코문학창작기금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았다.

대전일보문학상서귀포문학상등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을 출강하고 있다.

 

박미라 시인, 일곱 번째 시집 ‘비 긋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까?’에 수록된 대표作

          

                                    도플갱어              

                                                               박미라

 45억 년 넘게 그렇게 계시다니! 무엇을 견주어 달을 말하겠는가

 그러나 온갖 원망과 간절을 받아 안는 달빛 너머에는

터지고 패인 분화구 가득하다니


 그렇다면 여기도 천지사방에 달이다


 봐라, ! 저기 또 저기 달이 지나가신다 뛰어가신다

 맨발의 달이 절름절름 가신다 마른 정강이를 내보이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달이 지나가신다 터진 치맛단을 추스르며 달린다

 둥둥 떠 가신다 저기 유채밭에 달 떴다 광화문 네거리에

달 떴다 서귀포 앞바다에 달 떴다 방안에 부엌에 백화점에 달 떴다


 어떤 달은 그믐도 아닌데 가슴 푹 파이고 어떤 달은

벙싯벙싯 혼자서 만월이다 견디다 견디다 해를 집어먹는 달도 있지만

뱃속에 만경창파를 들여앉힌 저 달은 도대체 뜨거운 게 없다


 분화구라는 말에서 맨 처음 달을 떠올린다면 달그림자를

본 적 없는 청맹과니이다 돌아앉아 하염없는 어머니를 못 보고

지나친 멍텅구리이다


 간간이 가랑비 흩뿌려 먼지를 재우고 수시로 생겨나는

분화구를 귀신같이 감출 줄 아는 저이가 달이다


 만약 내가 거기 있다면, 45억 년쯤 하룻밤에 달려가실 수 있는

저 달 오늘은 있는 듯 없는 듯 낮달로 떠 있다


 세상이 환한 까닭 중에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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