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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뉴스] =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를 중지하고 즉시 수거하거나 폐기해야한다고 결정한 프랑스 작가 마르키 드 사드(1740∼1814)의 소설 '소돔의 120일'을 출판계가 비호하고 나섰다.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고영은)는 21일 "출판의 자유라는 민주적 가치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밝힌 이번 결정을 하루 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속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소돔의 120일'을 유해간행물로 판정했다. 내용이 사회 통념에 비춰 반국가성, 음란성, 또는 반사회성 등의 정도가 극히 심해 사회 전반에 해악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유해간행물로 판정된다.
성인에게는 판매가 허용되는 '청소년유해간행물'보다 제재강도가 높다. 일반도서 중에서도 고전에 이러한 판정이 내려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출판인회의는 "MB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출판계 전반의 거센 반대를 불러일으킨 이재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의 취임 후 첫 작품이 '소돔의 120일'에 대한 유해간행물 판정"이라면서 "이번 판정이 세계문학사적으로 볼 때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인지 알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MB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자랑스러운 OECD 회원국인 대한민국의 '국격'을 얼마나 훼손하는 해프닝인지 알고 있는가"라면서 "한류의 세계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출판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간행물윤리위원회 존치에 반대한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대신 "군사독재정부가 사상 통제의 수단으로 만든 간행물윤리위원회를 당장 폐지하고 여성가족부 산하에 청소년유해간행물 심의부서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극단적인 폭력적 에로티시즘을 추구한 것으로 알려진 사드는 '사디즘'(음란성 가학증)의 어원이 될 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현대 문명국가에서 프랑스 루이14세 치하 귀족계급의 쾌락 추구와 방탕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비판한 인물로 재평가받는다.
'소돔의 120일'을 펴낸 동서문화사 이용 편집부장은 앞서 "조만간 간윤위에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면서 "재심에서도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