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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 명사칼럼] 민족사의 성찰과 국민의 책무
[박헌오 명사칼럼] 민족사의 성찰과 국민의 책무
  • 이철휘 기자
  • 승인 2019.03.0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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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 (시인,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시인
박헌오 시인

우리는 조선 500년 내내 훈구파와 사림파간의 싸움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재들을 억울하게 죽였다. 상식에 어긋나는 기록들이 얼마나 많고, 유교 나라에서 윤리나 도덕에 어긋나는 패륜들은 얼마였으며, 극악무도한 모함으로 동지를 척살하는 잔인한 일들, 이적행위 매국 행위로 나라를 팔아먹고 망치는 일들, 그 대부분의 일들은 권력보유자들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우리 민족사에 국민이 목숨 걸고 일어선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대전에서 고려시대에 무신정권의 학정과 지역적 차별에 항거하여 일어난 최초의 신분해방운동이자 농민 봉기인 명학소의 난을 비롯해서 동학농민봉기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거듭되었다. 그 대부분은 순박한 국민들이 일으켰다.

리의 근 현대사에서 두 가지의 사례를 성찰해보자. 올해가 3.1 만세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1931일 독립만세운동은 4월말까지 전국 곳곳에서 타오른 국민적 의거였다. 그런데 3.1만세운동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 한다.

1880년대부터 시작된 매국노들과 비겁한 관리들로 인해서 나라를 빼앗길 때, 의인들은 분통이 터져 자결을 택하거나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뜻있는 지식인들을 포함한 유생, 학생, 노동자, 농민 등이 목숨을 내걸고 항일운동에 앞장섰다. 나라를 빼앗기고 나서 1918년부터 일기 시작한 반일독립만세운동의 확산은 191931일 민족적 거사로 절정을 이루었다.

그런데 조선근대사를 읽으며 독립선언서에 민족대표로 참여한 33인은 31일 정오에 파고다 공원에 집결하여 독립선언서를 선포하고 만세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태화관인가 하는 음식점으로 모였다는 기록을 보았다.

결국 독립선언식은 청년 학생들이 주동하는 민중이 거행하여 서울과 평양에서 대대적으로 불붙었고 4월말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많은 사람들이 순국하고 투옥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안위를 먼저 지키려던 권부실권자들이 오히려 배신대열에 서는 3.1운동을 어떻게 조직화하고 장기화할 수 있었겠는가? 장렬히 순국하신 의열사들의 희생이 꽃피우지 못한 것은 용렬한 지도층 실권자들의 애국심 결여가 문제였단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 민족사에 또 하나의 불행을 자초한 6.25 전쟁을 조금만 들여다보자. 내가 평소에 존경하는 박경석 장군이 집필하신 전쟁영웅 채명신 장군전을 읽어보고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6.25 전쟁 발발직전 국방장관과 육군 참모총장은우리 국군의 안보태세는 투철하고 완벽하다며 허장성세를 쏟아내면서국군이 북진하면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고 떠벌렸단다.

스탈린과 김일성은 6.25 전쟁준비를 비밀리에 추진하여 1948년 북한 청년 1만 여명을 소련으로 데려다가 항공기, 전차, 통신 등 군사기술 지휘병력으로 양성 시키고, 막강한 무장으로 남한 군사력을 하루아침에 깨버릴 수 있는 전력을 완성해 가고 있던 시기에 말이다.

남침준비를 다해놓고 북한은 평화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남한에서는 1950‘6월 위기설로 내려졌던 비상체제를 해제하고, 6. 10일 전방부대 지휘관들을 대대적으로 교체시켰으며, 군 보유 차량, 공용화기 등의 30% 이상을 정비한다는 구실로 부평 병기창 등에 입고시켰단다.

624일 토요일 전군에 외출 외박을 지시하였으며, 그날 밤 육군본부 장교구락부에서 댄스파티가 열려 상당수 수뇌부들이 골아 떨어졌을 시간인 625일 새벽 남침 총공격이 감행되니 파죽지세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 우리는 이 같이 의문투성이 역사를 성찰하고 유비무환으로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잘못 판단할 때는 국민들이 다함께 나서서 스스로 생존권을 지켜야 죽음당하지 않는다. 실패하지 않고, 희생당하지 않는 3.1운동을 성립시켜야 하는 것은 도리 없이 국민이다.

극단적인 정치논리들로 마치 사화(士禍)시대를 재현하는 것 같이 좌충우돌하는 역사상황을 볼 때는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부 극성스런 집단들이 건듯하면 국민의 뜻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국민의 양식은 자연이고 국민의 이성은 상식이다.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근거로 새로운 잘못을 합리화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도, 상식적 기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의도적 -계획적인 과실이 될 수도 있다. 오늘 우리의 3.1운동은 역시 힘을 가진 자들이 또 다른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몰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관건일거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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