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헌오(시인,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명사칼럼] 지방자치의 ‘소확행’

  • 칼럼
  • 입력 2019.02.12 17:38
박헌오(시인,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시인

우리 국민들은 오랫동안 완전한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소망해 왔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해를 거듭하면서 날로 발전해서 완전해지리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지방자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는 상식적으로도 여러 가지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이유 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믿어왔다. 풀뿌리는 토착적 자연의 산물이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강제로 바꾸려 하거나 독성이 강한 약품을 마구 사용해서 토양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가 안 되거나 잘못되는 몇 가지 이유를 떠올려 본다면 먼저 중앙집권적 권력집중을 지속하려고 획책하는 것이다. 명목상은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자치재정권, 자치인사권,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등을 보장하고 신장시켜주지 않고 반대로 지배수단으로 악용하려 든다면 실질적 제약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지면에 구체적 계수는 열거하지 않겠다.

두 번째는 중앙 정치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처음 지방자치를 시작할 때는 비록 서툴렀지만 순수했다. 정당이 지방의회를 좌우하는 것을 경계하고 지방정치는 지방정치집단의 자연스런 형성에 맡기는 형태였다. 난데없이 정당공천제를 노골적으로 확대하여 지방자치가 오히려 퇴보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지방자치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 따라서는 혹여 출마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무슨 당이라고 해서 자질이 완전하게 검증되었는지 따져보지 못하고 선택한 경우는 없는지 물어볼 일이다. ‘지역 당이라 할 만치 풀뿌리위에 피어나는 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으로는 지방자치를 맡은 자치단체장이나 자치의회가 자치역량의 부족, 자치권의 약화, 지역주민의 정서와 전통의 존중에 대한 의무 소홀, 자치권의 남용, 중앙 집권층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으로 스스로 완전한 자치권 실현에 미흡한 경우는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기우(杞憂)를 열거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충심으로 드리고 싶은 내 나름의 견해 중 일부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이 긍지와 자부심을 키워 가면서 스스로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문화적 가치가 높아지고, 행복한 삶을 체감하면서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보람과 기대를 키워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한 선배 문인은 몇 해 전 일본의 도또리현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다녀와서 한 지역 문학관을 방문했는데 그 지역 사람들이 그 지역 문인을 어떻게 자랑스럽게 설명하는지 놀라울 정도였다.’고 전해 주었다. 지역의 가치는 지역민에 의해서 구축된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지방자치의 에너지이다. 이와 연관해서 인사에 대해 생각해보자. 인사권을 가진 자치단체장이 일 잘할 인재를 영입해서 중요한 역할을 맡길 수 있는 직책이 상당히 많다. 그 인재의 선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애향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경륜이나 능력 등을 무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돌아보면 시민들이 잘 모르는 외지 사람을 영입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외지인이라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애향심을 가진 사람보다 더 크게 기여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회고해 본다. 더 잘할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시민으로부터 신성하게 부여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책무라 한다면 책무를 넘어서면 권력 남용이 되기 쉽다. 공정성을 잃으면 권력 오용이 되기 쉽다. 게을리 하면 권력 누수가 될 수도 있다. 굿이 인사의 예를 하나로 드는 것은 인사가 만사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애향심을 가진 분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직책은 준다 해도 사양할 가능성이 높다. 사양할 수 있는 사람이 책무를 맡기로 결심한다면 죽을힘을 다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회와 위기는 교차될 수 있다.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지방자치의 완전한 정착은 멀고 무겁지만 작은 일들부터 착실히 계단을 쌓아가야 한다. 하나하나 소확행의 발전을 실현해가는 나날이 되기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망한다.

저작권자 © 스타트뉴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하단영역

매체정보

  • 본사 :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49, 17층(세종로,광화문빌딩)
  • 대전지사 : 대전광역시 중구 대둔산로 133 유진빌딩 3층
  • 논산지국 : 충청남도 논산시 시민로295번길 5-5(내동)
  • 대표전화 : 1899-3015
  • 일반전화 : 02-735-7713
  • 팩스 : 042-585-7713
  • 법인명 : 스타트뉴스
  • 제호 : 스타트뉴스TV
  • 등록번호 : 충남 아 00128
  • 등록일 : 2011-09-28
  • 발행일 : 2011-09-28
  • 발행인 : 양해석
  • 편집인 : 김대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해석
스타트뉴스TV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