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공화국”]
어릴 때 겨울철 참새 잡는 놀이는 참 재미있었다. 참새들이 잘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삼태기(일부 지방에서는 산태미)라고 하는 곡식이나 쓰레기 같은 것을 나르는 그릇을 세워 놓고 그 밑에 쌀을 뿌려 놓는다.
그러면 참새들이 날아와 그것들을 쪼아 먹는데, 이 때 삼태기를 받치고 있던 막대기를 멀리서 끈으로 잽싸게 잡아당긴다. 그러면 몇 녀석은 도망치지 못하고 갇혀 우리들의 맛있는 “참새구이가” 되어줬다.
그런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잠시 후 다시 그런 방식으로 삼태기를 세워 놓고 먹을 것을 놓으면 금새 참새들이 모여 든다는 것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빨리 돌아올까? 먹이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정확히는 참새의 기억력이다. 어떤 학자는 참새의 기억력이 3초라고도 하고 6초라고도 한다. 3초나 6초, 그게 그것이니까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건망증이 심한 것은 참새만이 아니다. 바다에 사는 망둥이도 있고 우리 주변에 흔히 보는 쥐도 있다.
그런데 우리 인간도 참새나 망둥어, 쥐를 탓한 만큼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을까?
제7기 지방자치가 출범한지 이제 한 달이 넘었다. 도청이나 시·군청, 또는 구청 청사에는 새로 취임한 지방자치 단체장들의 시정 구호가 여기 저기 걸려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가 되겠습니다.”
“주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기업하기 제일 좋은 ○○군이 되겠습니다.”
정말 구호만 봐도 배가 부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구호는 구호일 뿐, 시간이 가면서 점점 잊혀져 버리고 플랜카드 페인트 색깔이 바릴 때쯤이면 단체장들의 처음 시작할 때의 각오도 식어져, 오직 다음 선거의 재선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많이 본다.
지역의 산업·환경을 돌아보는 “주민 버스 투어”라는 명목으로 교통편의, 음식 등을 제공했다 말썽이 된 경우도 있었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구당 위원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단체장이 재판에 회부된 일도 있다.
직무 중 알게 된 개발정보를 측근에게 누설, 막대한 비리를 저지르기도 하고 산하 직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 돈을 받았다 구속된 단체장도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지방자치 비리가 발생하면 다시는 그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또 발생한다는 것이다. 참새가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17일 1조 3천 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만든 M리온 헬기 추락사고로 5명의 장병이 순직한 사건을 비롯,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그 많은 대형 안전사고도 결국은 “참새의 망각증”이 가져온 결과가 아닐까?
“참새 공화국”, 2명을 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