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선 논산시장 그리고 이재명"]
황명선 충남 논산시장이 지난 23일 더불어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황 시장의 출마는 지방의 기초자치단체장이 최고위원 출마에 나섰다는 점에서 중앙은 물론 지역정가에 적잖은 화제가 됐다. 사실 2015년 2·8전당대회에서도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최고위원 출마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황 시장의 최고위원 출마 배경을 두고 지역에서는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황 시장은 기자회견에서“대한민국이 중앙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황 시장은 “전국에 17개 광역단체와 226개 기초단체가 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잘사는 대한민국 만드는 게 바로 자치분권으로 가는 가장 큰 핵심의 철학이고 과제”라며 “여의도 정치, 정당도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의 기초나 광역 기초정부 단체장, 광역단체장까지 삶을 직접 챙기는 일꾼들도 당대표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여야를 막론하고 자치분권 정당으로 갈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자치분권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시장의 출마가 오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와 차기 충남도지사 출마를 위한 정치적 외연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황 시장의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하려는 것 자체가 지금 자리보다 더 큰 정치그림을 그리려는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는데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논산은 충남에서도 굵직한 여야 정치인을 배출한 곳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인제 전 국회의원도 모두 논산 출신이다. 안 전 지사가 수행 비서 성폭행 혐의에 연루되면서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났고, 이 전 의원 역시 지난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이번 최고위원 출마는 논산지역 출신 거물급 정치인이 약화된 틈을 타 중앙정치 진출을 노리려는 황 시장의 정치적 술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최근 한 지상파 방송이 보도한 조폭연루설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황 시장 최고위원 출마를 지지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겨 화제가 됐다.
이 지사는 22일 “자치단체장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합니다.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 강화정책을 당 안에서 책임져 주시길”이라면서 “지방자치가 당 정책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하고 자치단체장도 당 지도부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트위터에 황 시장의 응원 글을 남긴 이날은 이 지사의 조폭 연루설 보도로 세간이 떠들썩했던 날로 이 지사가 과연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에 세간의 관심이 주목됐었다. 경기도 성남시장 출신인 이 지사가 황 시장의 최고위원 출마에 응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지사가 하필 조폭연루설로 세간이 떠들썩한 이날에 해명 대신 황 시장을 옹호하는 글을 낸 이유는 뭘까?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시정을 이끌어 한 때 지방자치분권의 상징으로 알려진 이 지사가 더럽고 추한 조폭 커넥션에 연루됐다는 방송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속 시원히 해명 못하고 언론이 종북·패륜·불륜몰이에 이어 조폭몰이로 몰고간다는 식의 이해 못할 그의 행동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실망을 뛰어넘어 분노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는 이 지사와 조폭 간 유착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이 지사를 파면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국민청원이 400건을 넘었다.
또 ‘불법 폭력조직 코마트레이드와 연루된 성남시장 은수미와 경기도지사 이재명 즉각 사퇴하라’는 청원은 25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10만 7천여명의 청원 인원이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가 최고위원 출마에 대해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황 시장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국민 정서상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독(毒)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황 시장의 최고위원 출마가 어느 면에서는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지 모른다. 아무리 여의도 정치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지방 소도시 자치단체장이 중앙정치 무대에 입성하는 것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만일 황 시장이 여당 최고위원에 입성하면 어찌 보면 우리나라 정당 역사를 바꾸는 획기적인 일로 기록될 것이다.
황 시장의 여당 최고위원 도전이 그의 정치이력을 단순히 업그레이드 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절반이상의 논산시민들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를 선택한 것도 “시민들이 더 잘살고, 지역발전에 앞장서 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을 기치로 무명의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일약 광역단체장까지 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행보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로망일 것이고, 황 시장 역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이 지사에 대한 갖가지 추악한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를 추종하고 계속 지지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황 시장은 3선의 풍부한 지방행정 경험을 지닌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부디 중앙정치 무대에 입성하더라도 정치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초심을 잃지 말고 시민들 마음에 오랫동안 존경을 받는 정치인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