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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미[소설가, 대일문인협회 회장]

김해미(소설가) STN명사칼럼/세상을 보는 窓

  • 칼럼
  • 입력 2018.07.10 15:54
  • 수정 2018.07.30 12:16
                김해미(소설가)

[드레스 코드가 있는 결혼식]

과년한 딸애가 지난 6, 드디어 시집을 갔다. 창원에 사는 사돈과 여러 번 만나 조율을 한 끝에, 신랑신부의 생활근거지인 서울의 한 야외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룬 것이다.

결혼식 3주전 쯤 식장을 둘러보고, 또 음식 맛을 보기 위해 서울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정말, 한복 안 입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 하고자 묻는 내게 사돈댁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거, 이미 결정된 거 아니었어요? 우리, 평상복을 입어요. 마침 야외예식이니 그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지 않나요?”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었지만,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었다.

며칠 후 딸애에게 당일의 드레스 코드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다. 격식 없이 사돈댁은 핑크가 어울리니 핑크, 나는 그린이 어울리니 그 계통이면 좋겠다고 했다. 초청장에 드레스 코드(핑크, 그린, 플로럴, 하와이언 셔츠 중 택일)를 안내하겠지만, 하객들에게 가급적이면 협조를 바란다고 정중하게 부탁하라는 내용이었다. 정 어려운 분께는 포인트만이라도 당부하란다.

곧이어 사돈댁의 의상이 카톡을 통해 전달되었다. 워낙이 그녀는 평상시에 간편한 차림을 즐기는 만큼 수 년 전에 구입하여 한두 번 입었을 뿐인 새 옷이나 다를 바 없는 정장 원피스를 입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사돈댁이 보내온 흰색 상의에 회색과 검정색으로 마무리된 원피스는 나를 당황시켰다. 과연 내가 어떤 옷을 입어야 튀지 않고 사돈댁과 조화를 이루는 옷차림이 될지, 또한 나만 혼자 새 옷을 입어도 되는 건지 오랜 시간 심사숙고해야 했다. 옷을 사러 몇 군데를 다녀 보았으나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생각하다 못해 딸애를 대전으로 호출했다. 딸애가 직장을 찾아 서울에 간 이후 오랜만에 함께 쇼핑에 나섰다. 드디어 하얀 바탕에 밝은 초록색 꽃과 진초록 이파리가 어우러진 원피스가 눈에 띄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평범한 디자인지만 이 정도라면 사돈댁과 조화가 될 것 같았다. 과연 이 옷이 예복으로 적합할까, 잠시 망서렸지만 이제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결혼식 당일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남편의 넥타이였다. 사돈어른은 예복이야기가 나오자 자기는 나비넥타이를 하고 싶다했다. 여태 그건 술집 웨이터나 하는 것으로 알던 남편은 당황한 기색이 완연했다. 남편을 설득하다 못해 나는 초록색 넥타이를 하나 장만했다.

대기실에 들어서니 이미 사돈내외가 와 있었다. 포인트 색상용으로 구입한 핑크색 부츠가 너무 튀는 거 같다며, 사돈댁은 만약을 위해 딸애가 준비해놓은 숄을 어깨와 팔에 번갈아 걸쳐보며 망설이는 중이었다. 숄보다는 부츠가 나을 것 같아서 나는 강력하게 부츠를 권했다.

뒤이어 우여곡절 끝에 웨딩 숍에서 빌려온 모자와 함께 딸애가 도착하였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한, 귀엽고 앙증맞은 사돈댁의 연분홍 모자와 나의 하얀 모자는 순식간에 우리의 평범한 원피스를 감쪽같이 결혼예복으로 바꾸는 마술을 부렸다. 마지막으로 남편이 딸애가 화장대 위에 나란히 놓아둔 두 개의 나비넥타이 중 자신의 것을 선택함으로 비로소 사돈과 우리 부부의 드레스코드는 완성되었다.

서둘러 하객을 만나러 나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친척과 친지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드레스 코드를 따라 준 덕분에 핑크 색 넥타이, 그린 색 스카프,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 하와이언 셔츠로 단장한 하객들로 식장 입구가 활기에 넘쳤다. 그들과 함께 생전 처음 해 본 드레스 코드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인증 사진을 찍으며, 우리 또한 너무나 즐거웠다. 이로써 결혼식장을 파티장으로 만들고 싶다던 딸애의 첫 번쨰 목표는 성공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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