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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시루섬의 석양’ 낭송
물탱크 아기에게 ‘시루’라는 이름 헌사
레이크 파크 출발은 ‘시루섬 천명’

김영환 충북지사, 시루섬 행사장 인사말 화제

1972년 당시  시루섬 모습
1972년 당시 시루섬 모습

[단양=스타트뉴스 이철휘 기자] 김영환 충북지사의 인사말이 단양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18시 20분경 단양역공원에서는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인사말 순서가 끝나갈 무렵 조금 늦게 도착한 김영환 충북지사가 말미에 무대에 올랐다.

‘서울서 업무를 보고 시루섬 행사장에 급히 내려오면서 시를 하나 지었다.

다듬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는 관계로 그냥 세상에 내보낸다’ 하는 서두와 함께 자작시 「시루섬의 석양」을 낭송했다.

지사의 시낭송이 화제가 된 이유는 의례적인 인사말 대신으로 직접 시를 짓고 낭송했다는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시루섬 자작시가 사건이 본질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이나 단양군민의 가슴을 공명시켰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시루섬 석양」의 첫 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날 물탱크 위에서 세상을 떠난/ 백일둥이의 이름을 오늘에서야 불러봅니다./ 그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시루섬 사건의 핵심인물 가운데 백일아기가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이름도 갖지 못했던 아기가 첫 희생자가 되었던 것인데, 그 아기의 이름을 ‘시루’라고 불러줌으로 인해 사람들은 신선한 정서적 자극을 받았다.

두 번째 연이 낭송되었다.

“1972년 8월 19일, 시루섬의 비가/ 50년을 지나 오늘 여기 다시 내립니다./ 이름을 짓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백일도 채 안된 아이의 눈물이/ 내립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행사장에 50년 전의 그날처럼 비가 뿌렸다.

행사장에 오는 차 안에서 시를 지었기 때문에 날씨의 현재성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2연이 낭송될 때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가슴은 먹먹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질구질하게 느껴졌던 비가 맞아도 좋을 의미 있는 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세 번째와 네 번째 연이 이어졌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시루의 다른 이름은 희생이며 희망입니다.//

포기하지 마라/ 끝끝내 살아내야 한다는/ 외마디 유언입니다.//

단양군이 준비한 50주년 행사의 궁극적 목적은 시루섬 주민들의 헌신과 희생 정신을 고양시키는데 있었다.

그 헌신과 희생정신이 주민들을 살린 것이고, 그 정신을 단양정신으로 다시금 불태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낭송 시어가 시루섬의 의미를 정확히 지적해낼 때 사람들의 가슴은 감동을 넘어 서늘하기까지 했다.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시루섬 시는 마지막 10연에서 지사의 공약인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지며 끝을 맺었다.

“시루는 50년이 지나도/ 500년이 지나도 시루섬과 함께 석양처럼/ 레이크 파크 심장의 붉은 눈물로/ 타오를 것입니다./ 시루섬의 기적 위에/ 레이크파크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입니다.//”

현재의 시루섬 모습
현재의 시루섬 모습

도정의 핵심정책 사업인 레이크 파크 사업이 단양의 시루섬에서 시작된다는 일종의 정책 발표는 현장의 있던 시루섬 생존자들과 단양군민들에게 강한 울림이 되었다.

행사장에 오는 차안에서 시를 짓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어는 공허하지 않고 오히려 50주년 행사를 찾은 사람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꿰뚫어 버렸다.

특히, 도정사업의 출발이 서정 언어로 융화되는 속에서 행사장은 경건한 기도의 장처럼 뭇 시선은 한 점으로 집중되었고, 한 점에서 발산되는 언어는 모든 사람의 귓속으로 고스란히 흡수되었다.

김종수 단양군 예총회장은 “인사말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을 텐데도 편안하게 활용하지 않고, 서울서 내려오는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승용차에서 직접 시를 지어 낭독해 주신 지사님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50년 전 당시 태종학 충북지사가 헬기로 시루섬에 내려 마을사람들에게 위로하면서 ‘눈물의 물길’을 열어주었다면 반세기가 지난 후 김영환 충북지사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출발지라는 ‘희망의 물길’을 열어주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김영환 도지사는 지난 1986년 ‘시인’, ‘문학의 시대’로 등단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시집 <따라오라, 시여>,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 <꽃과 운명>, <불 타는 바그다드의 어머니>, 물왕리에서 우리가 마신 것은 사랑이었다>와 수필집 <그대를 위한 사랑의 노래>, <홀로 선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평론집 <덧셈의 정치, 뺄셈의 정치>가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시루섬' 자작시을 낭송하는 모습
김영환 충북지사가 '시루섬' 자작시을 낭송하는 모습

다음은 시의 전문이다.

 

시루섬의 석양

                               김영환

 

그날 물탱크 위에서 세상을 떠난

백일둥이의 이름을 오늘에서야 불러봅니다.

그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1972년 8월 19일, 시루섬의 비가

50년을 지나 오늘 여기 다시 내립니다.

이름을 짓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백일도 채 안된 아이의 눈물이 내립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시루의 다른 이름은 희생이며 희망입니다.

 

포기하지 마라

끝끝내 살아내야 한다는

외마디 유언입니다.

 

아이의 주검을 부둥켜안고

살아난 234명의 피울음이

하염없이 단양호에 흘러갑니다.

 

시루섬 눈물은 강물이 되었다가

점점 호수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시루의 비석 위에

9,594명 수몰민의 아픔 위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가 시루가 되어

우리가 딛고 선 이곳이

모두가 시루섬이 되어

부둥켜안고 손을 놓지 않고 외칩니다.

 

시루야 네가 시루섬을 살렸고

시루어머니의 눈물 위에 레이크 파크가

만들어졌다.

 

시루는 50년이 지나도

500년이 지나도

시루섬과 함께 석양처럼

레이크 파크 심장의 붉은 노을로 타오를 것입니다.

시루섬의 기적 위에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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