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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같지 않은 시안(詩眼)이 유별나

[BOOK] 김이담 시인, 늦깎이에 첫 시집 ‘그 벽을 껴안았다’ 펴내

김이담 시인  첫 시집  ‘그 벽을 껴안았다’ 표지
김이담 시인 첫 시집 ‘그 벽을 껴안았다’ 표지

 

김이담 시인
김이담 시인

희연(稀宴)에 가까운 나이에 김이담은 최근 2019년 계간 가온문학봄호에 그 바다의 모습은을 발표하면서 문학 활동을 굳건하게 펼쳐 온 늦깎이 시인이다.

그는 한때 대전 고교 연합문학 동아리 동맥문학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박용래와 김대현 시인 등 우리나라 문학계의 대표적 시인들과 함께 문학 활동을 펼쳐 왔다.

김 작가는 객지에서 객지로 떠도는 고단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오직 시 쓰기에 전념한 생활 시인으로 새롭게 변신하여 독자 앞에 버젓이 서 있다.

하루도 힘겨운 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시 쓰기에 여념이 없는 그야말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몸소 실천해 온 시인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는 평소 언행이나 마음 씀씀이가 곱고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점잖은 성품만큼이나 작품들이 한결같이 정갈하게 차려진 한국인의 밥상과 같이 온화하면서도 시심(詩心)이 바다와 같다.

첫 시집 그 벽을 껴안았다에서 다시금 그 의미를 느끼게 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안에 싱그런 풀 향이 진하게 밴 침이 가득 고인다.

그의 시는 결코 현실에 굴하지 않는 꼿꼿함과 헐벗은 빈 몸에 따뜻한 기운을 잔뜩 불어넣는다.

인간의 고된 삶을 통해 겪은 절절한 사연들을 자연의 이치로 되돌아보는 주옥같은 시를 켜켜이 토해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자본의 시궁창 위에 자연의 오롯한 이치를 발견하는 시심(詩心)과 그것을 가로막는 삶의 서러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요동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첫 시집은 아무리 읽어도 첫 시집 같지 않은 시안(詩眼)이 유별나다.

김 시인은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그는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사는 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현재 글길문학천수문학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이담 시인 첫 시집  ‘그 벽을 껴안았다’ 의 대표작

 

소금꽃 담쟁이 어느 페인트공의 노래

오늘도 나는 까마득한 절벽으로 출근을 한다

아찔한 공중에서 꽃 피우는 나무처럼

십 층 이십 층 삼십 층

목숨을 밧줄 삼아 오르면

바람은 언제나 등 뒤에서 불어오고

마른 계절은 발밑에서 흔들리는데

가파를수록 푸르러지는 우리들의 갈증

바닥이 사라진 허공을

더듬더듬 손톱 끝으로 매달리면

불안은 나를 끌어주는 침묵의 힘줄

빈 몸으로 쓸고 가는 사막일지라도

끝내 저 벽을 덮을 것이라고

늘어지는 줄을 다시 당기면

수백 개의 해는 한꺼번에 떠서

이마에 절어드는 소금꽃 땀방울

우리의 노동은 끝나지 않고

막걸리 한 사발에 가쁜 숨 토해내면

아삼삼 두고 온 새끼들 눈에 팔랑거려

마디마디 무릎 세워

그 벽을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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