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의 '新인간시장'] 국민이 겪는 '정치 환지통'
[김홍신의 '新인간시장'] 국민이 겪는 '정치 환지통'
  • 양해석 기자
  • 승인 2021.11.0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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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뉴스=양해석 기자]

▲김홍신 작가

요즘 '누가 대통령이 돼도 불안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후보들에 대한 국민감정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품격 없는 대통령후보자 소리를 듣는 후보들과 측근들 때문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정치판의 국민 멸시가 언제쯤이나 해결될지 궁금하다. 대선후보 당내 경선 때부터 좋은 사람은 지지율이 낮고 문제가 많은 사람은 지지율이 높은 기이한 현상을 가리켜 '한국병'의 상징이라고 한다. 대통령감이 없다거나 한국의 정치수준이 고작 이 정도냐는 비아냥에도 그들은 모른척하고 있다. 바로 그들의 '가면(假面)증후군' 때문인지 모른다. 자신의 성공이 순전히 운으로 얻어졌고, 지금껏 주변사람들이 속고 있다고 여기며 불안해하는 심리를 가면증후군이라고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주자들은 각종 토론에서 품위를 버리고 상대를 꼬집거나 헐뜯는데 몰두해서 자격을 의심 받았고 상대의 질문에 딴청을 부리거나 시비걸기를 일삼아 자신의 불안심리를 견디는 꼼수를 부렸다. 약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스스로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능력 갖춘 인사들을 여야 가리지 않고 중용하여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품격을 보였어야 했다.

후보들의 토론장면에서 수준이 저급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듣는 태도가 불량했고 답변을 회피하거나 동문서답으로 응대하거나 헐뜯기와 조롱하는 태도가 볼썽사나웠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교육에서 토론하고 질문, 답변하는 걸 가르치지 않은 탓이고 탐구형 토론 문화에 미숙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잦은 모임, 결재, 행사 등 복잡하고 빠듯한 일정 탓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남이 써준 글로 생색내기 바쁘다는 것쯤은 상식 아닌가. 그러니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남의 도움으로 그 자리에 왔다는 걸 알기에 가면증후군에 시달린다고 할 수 있다. 남보다 뛰어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의 뛰어남도 인정하는 품격을 우리 정치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과반이 넘는다는 여론조사에 도취된 듯 국민의힘 후보들은 경선에서 민주당보다 더 혼탁한 모습을 보였다. 마치 경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이 될 줄 아는 듯이 말이다. 온갖 고난을 겪으며 나라를 선진국으로 도약시킨 국민을 우습게 본 꼴이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을 섬기는 것이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는 행위이다. 물론 '의견대립이 없다면 인류가 발전하지 못했다(이언 레슬리 《다른 의견》)는 게 정설이다. 레슬리는 '의견대립이 없었다면 비행기도 비틀즈도 없었을 것, 라이트 형제와 비틀즈도 끊임없이 부딪히며 결과물을 얻고 의견대립으로 순기능을 조명하고 생각차이를 조율했다. 갈등을 피하기보다 활용하라. 내 주장만 강요하지 말고 선택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은 '생산적 논쟁'을 설파한 것이다. 여야의 후보들은 경선과정에서 '비생산적 논쟁, 조롱, 공격, 갈등, 비방 따위로 경선후유증을 치유할 길이 어렵게 되었다. 결국 국민 여론조사에서 후보들의 비호감도는 60% 안팎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서 찍고 싶은 후보가 없다, 여행가겠다, 기권하겠다, 눈만 뜨면 정치권 소식에 스트레스 받는다, 정치양극화와 비난전에 짜증난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뉴스를 같이 보기 걱정스럽다는 소리가 산지사방에서 들린다는 걸 그들은 정말 모를까.

위를 절제하여 감각 기관이 없으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데, 속 쓰림 같은 통증을 느끼는 현상을 환지통(幻肢痛 인문학자 김동훈)이라고 한다. 이미 상실된 신체부위에서 느끼는 통증은 이전의 기억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한국인은 이미 대통령 선출에 대한 환지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또 '대통령 환지통'을 앓게 되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고통을 미리 겪는 것 같다. 정당 내부 경선에서 주장하는 상대의 잘못은 물론 각 후보 진영에서 상대후보에 대한 비난대로라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지러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역대 대통령 중에 어찌하여 행복한 대통령이 없는가를 굳이 떠올리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정치에 대한 국민이 겪는 '정치 환지통'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승자독식, 절대권력구조, 양극화, 민심이반, 갈등구조 등을 하루 속히 정돈해야 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남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로 신음하는 인류의 고통에 대한 조언이지만 우리 정치사에 반드시 필요한 경구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는 경실련의 주장처럼 '특검으로 대장동 문제'에 대한 그물망에서 벗어나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장동의 어마어마한 벼락수익은 세상이 변해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가 분명하다. 코로나 사태로 화이자와 모더나의 벼락 수익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나라에만 코로나 백신 판매에 집중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적절한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이전하여 인류를 구원해야 할 도덕성이 결여된 화이자와 모더나는 내년까지 1천300억 달러(한화154조원)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지적이 어째서 대장동 사건과 대비되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감사장에서 '굉장히 비상식적'이라고 했겠는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65%, 그럴 필요 없다는 의견이 25%에 불과할 정도로 국민들은 의혹을 품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행정경험이 없는 정치인으로 비호감도가 매우 높으며 잦은 말실수로 자질과 능력을 의심 받고 있다. 또 본인과 가족의 여러 의혹 해소가 시급해졌다, 중도확장성과 보수층과의 화합, 2030세대 젊은 층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코로나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경제적 안정, 소시민들의 곤궁해소, 부동산사태 해결, 양극화의 정돈 등 숙제가 산재해 있다. 그런데 나라가 온통 대통령 선거에 매달리고 있으니 몸 닳고 마음 닳는 것은 국민뿐인 것 같아 안타깝다. 어쩌면 이번 대선은 시중의 우스갯소리처럼 '덜 나쁜 사람'을 뽑는 기이한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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