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호투 "스스로도 불안했다"
18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윤석민은 "스프링캠프 때 (투구가)너무 잘 돼서 '왜 이러지?' 싶었다. 해마다 캠프에서는 방어율이 8점대였는데, 올해는 무실점이었다. 직구 스피드도 잘 나와서 솔직히 조금 불안했다"며 웃었다. 그는 "1회부터 빗맞긴 했어도 안타 맞고 실점하면서 '어, 이제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운드에서 웃은 이유는 그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야구선수들에게는 자기만 알고 있는 리듬이 있다. 윤석민은 시즌 개막전까지 다소 불안한 투구를 펼치다 시즌을 치르면서 자신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유형이다. 캠프에서의 호투가 불안했던 이유다.
◇시범경기 난타 "문제점. 분명히 배웠다"
17일 윤석민은 4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내줬다. 53개의 공을 던졌는데,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SK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노림수에 변화를 주기 위해 섞어 던진 체인지업은 아예 집중 공략의 대상이 됐다. 윤석민은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받쳐놓고 치더라. 투구습관이 노출됐을까봐 걱정했는데, (숙소에 가서)중계를 보니 체인지업이 안떨어지더라. 120㎞대 느린직구를 못치는 타자가 어디있나"라며 또 웃었다. 그는 "슬라이더도 '팍'하고 안꺾이고 스윽 휘더라. 그런 각으로는 타자들을 잡을 수 없다. 체인지업도 마찬가지다. 떨어지면서 휘어져나가지 않으면 장타를 맞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공격적인 성향의 SK 타자들 덕분에 자신의 문제점을 확실히 알았다는 의미다.
◇SUN "현진이는 30대. 석민이는 제 나이"
윤석민은 "와인드업 때 밸런스나 직구 구위는 캠프 때보다 더 낫다. 승패가 중요한 게임도 아니고, 시즌 전에 문제점을 찾았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일찍 맞은 게 약이 됐다. 하나씩 보완해서 시즌 때는 100%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동열 감독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선 감독은 "캠프 때는 팔꿈치가 많이 내려와있었는데,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믿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내 최고투수로 자웅을 겨루고 있는 한화 류현진과 이색비결을 해 눈길을 끌었다. 선 감독은 "류현진이 던지는 모습을 보면 30대 중반의 베테랑같다. 자기 컨트롤이 좋은 투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석민이는 딱 제 나이에 맞는 피칭을 한다. 컨디션이 나쁘면 무너지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보'의 눈에는 '컨디션이 나쁠 때도 긴 이닝을 버티는' 류현진이 아직은 비교 우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