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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거미손' 이운재, 새로운 도전 위해 장갑 벗었다

  • 축구
  • 입력 2012.12.18 07:27

▲ [사진출처=NEWS iS]
[스타트뉴스] = 영원한 대한민국의 '수문장' 이운재(39)가 20년(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상비군 발탁 기준)간 놓지 않았던 골키퍼 장갑을 내려놓았다.

이운재는 1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과의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전설'의 은퇴는 파장이 컸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약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이운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운재가 등장하기 전 그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이 대형 브라운관을 통해 먼저 소개됐다. 2002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 선방, 2008년 K리그 우승, 최우수선수(MVP) 2관왕 달성, 2009년 FA컵 우승 장면 등 이운재가 쌓아온 과거의 영광들이 화면을 통해 전달됐다.

'추억 여행'이 끝나자 말끔하게 검정색 양복을 차려 입은 이운재가 등장했다. 침착하려고 애썼지만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안녕하십니까. 은퇴하는 축구선수 이운재입니다"라는 말로 운을 뗀 베테랑 골키퍼의 목소리는 깊게 잠겨 있었다. 몇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준비해온 은퇴 소감을 읽어 내려갔다.

여전히 놓지 못한 운동선수로서의 미련이 묻어났다. 이운재는 "팬들과의 헤어짐을 준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선수로 불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에 오늘 축구 선수라는 단어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축구 인생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기도 했지만 2007년 아시안컵 당시 '음주파문'을 일으키며 1년간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기도 했다.

이운재는 "2002년 거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한일월드컵 7경기 전부를 뛰며 4강 멤버들과 피를 나눈 형제보다 끈끈했던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며 "하지만 한때 팬들이 보내주신 사랑을 잠시 잊은 채 축구 선수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해 실망을 안겨드린 적도 있었다"고 숨김없이 지난날의 공과(功過)를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이후 잘못을 묵묵히 뉘우치며 연습한 결과 다시 센추리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며 "이는 모두 곁에서 지켜주신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현역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운재는 새로운 축구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제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내 영혼은 영원히 운동장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내 재능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날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운재의 소감 발표가 끝나자 선·후배들의 '동영상 메시지'가 브라운관을 통해 흘러나왔다.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현역 시절 벤치에서 나에게 혼도 많이 나고 즐거운 시간도 많이 보냈는데 이렇게 은퇴를 한다니 아쉽다"며 "앞으로 후배 양성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더 많은 힘을 써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선배 골키퍼인 김병지(경남) 역시 "이운재는 한국 축구 역사에 정말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앞으로 지도자로서 더욱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힘을 북돋았다.

떠나는 이운재를 향한 깜짝 선물은 계속 됐다. 국가대표팀 후배이자 전 수원삼성 팀 동료였던 정성룡(수원)이 예정돼 있던 여행 일정을 미루고 직접 이운재를 찾아왔다.

커다란 꽃다발을 이운재의 품에 안겨준 정성룡은 "이런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항상 내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선배였다. 고비마다 멘토가 돼 줬고 특히 2010남아공월드컵 때 힘겨워하던 내 등을 토닥여줬던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선배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골대를 지키는 수문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이운재의 아내와 세 자녀들도 무대 위로 올라와 '축구선수 이운재'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아직 어린 이운재의 아들 윤우 군은 아빠의 은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 지 천진난만하게 뽀뽀 선물을 안겨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행사 일정을 마치 이운재는 '거미손'이라는 닉네임답게 두 손을 펴 보이며 팬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문장은 이운재는 새롭게 시작될 제 2의 축구 인생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이운재 은퇴 소감 전문

"안녕하십니까. 은퇴하는 이운재입니다. 이렇게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20년 간 한길만 걸어왔던 축구선수로서의 인생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팬들과의 헤어짐을 준비하기 위해 여기에 섰습니다. 선수로 불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에 오늘 축구 선수라는 단어가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축구만 보며 달려온 제게 은퇴 결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도전을 위해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축구선수 이운재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유년 시절부터 시작하게 된 축구 인생은 수많은 지인들과 은사님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진흙과 모래가 섞인 운동장에서 연습했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빠르게 간파하기 위해 달리는 차 번호판 외우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와 대표팀에 발탁돼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2002년에는 거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한일월드컵 7경기 전부를 뛰며 4강 멤버들과 피를 나눈 형제보다 끈끈했던 우정을 나눴습니다.

한때 팬들이 보내주신 사랑을 잠시 잊은 채 축구 선수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해 실망을 안겨드린 적도 있었습니다. 이후 잘못을 묵묵히 뉘우치며 연습한 결과 다시 센추리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모두 곁에서 지켜주신 팬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2년 전 수원을 떠나 전남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언제 그라운드에서 내려올지를 처음 고민하게 됐습니다. 아직도 2002년 이운재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았고 그런 생각들은 제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고민 끝에 바로 지금이 팬들과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제 인생의 반평생을 축구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은퇴한 뒤에도 피곤한 눈으로 운동장으로 향하지는 않을까, 일반인으로서 경기를 바라보는 게 생소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소홀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노력이 기회를 만나면 운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요행이나 공짜를 바란 적은 없습니다. 제 뒤를 이을 후배들도 열심히 연습하면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제 영혼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제 재능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축구선수 이운재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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