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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큐어 화가 김연식, 면도날 7만개로 만든 작품..

   
▲ [사진출처=NEWS iS]

[스타트뉴스] =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열다섯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집을 뛰쳐나왔다. ‘일부다처제’ 가정이었다.

“세 명의 어머니가 속병을 앓는 것을 보고 출가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곳에 더 있으면 나빠질 것 같았다”는 것이다.

유복한 집안이었지만 어머니들의 힘든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집을 나온 소년은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의 절로 향했다. 혹시나 집에서 찾을까봐 멀리 떠났다. 이후 부산 범어사로 갔다.

행자 시절 별좌(음식 만드는 곳의 책임자), 원주(절의 살림을 총괄하는 직책) 생활을 계기로 전국의 사찰 음식을 채록하기 시작했다. 사찰 음식을 연구하면서 자연풍광을 가까이하게 됐고 거기서 얻은 영감을 그림으로 풀었다. 2007년 12월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 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사찰음식 연구가이자 화가인 정산(靜山) 김연식(66)이다.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더 잘 알려졌다.

김씨가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다. 평면과 설치작품 30여 점을 들여놨다.

   
▲ [사진출처=NEWS iS]

섬뜩한 칼날로 만든 작품들이다. 가까이서 보면 면도날이다. 작품 석 점에 들어간 면도날만 7만개다. ㈜도루코에서 면도날 5만개를 지원했다.

면도날을 세워 만든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9번을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빗대 표현했다. ‘구스타프 말러의 몽유도원도’란 제목을 붙인 이 작품은 세로 2.4m, 가로 11m가 넘는다. 면도날 4만여개를 3㎝ 간격으로 빼곡히 채웠다. 각각의 면도날은 매니큐어와 인조보석 등으로 치장됐다.

“어디선가 들어 본 듯 익숙한 음, 귀를 고통스럽게 하는 불협화음, 거기에 밑바탕을 이루는 장송곡 같은 무거운 음의 조화로 이뤄진 말로의 음악은 마치 구도자의 걸음걸이를 연상케 한다”며 “9번 교향곡을 들으면 1악장부터 이런저런 세속적인 경험을 거쳐 마지막 악장에 가서는 숨도 크게 쉴 수 없는 팽창감과 함께 그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고요함과 평온함, 세상 자체를 잊게 하는 나른함,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게 바로 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열반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위험한’ 면도날을 재료로 사용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칼에 대해 터부시하는 부정적인 인식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면도날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과거에 목걸이를 하고 걸고 다니기도 했다”고 껄껄거린다. “면도날을 세우니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나온다. 중간의 뚫린 곳도 매력적이다.”

정산은 “똑같은 칼이라도 강도가 들면 죽음의 칼, 요리사가 들면 맛있는 칼이 되며 여인의 가슴 속에 담기면 순결 정조의 칼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치 말로의 음악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보다는 어떤 이에겐 죽음의 음률이 장엄하고 희망 어린 메시지로도 들릴 수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면도날은 결코 죽음의 칼이 아니다.”

   
▲ [사진출처=NEWS iS]

3㎝ 간격으로 매달린 1400가닥의 지름 1.5m의 구체(球體)를 형성한 작품도 볼거리다. 바닥에서 50㎝ 띄워 매단 이 작품은 말러의 2번 교향곡 ‘부활’을 재해석했다. 면도날 3만여개를 매달았다.

맨손으로 작업하다 보니 예리한 칼날에 베어 상처투성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면도날을 세우는 것도 그에게는 깨달음을 위한 하나의 수행과정일 뿐이다.

전시장에는 성냥갑을 활용한 대형작품도 있다. 말러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를 세로 2.7m, 가로 8~9m 화면에 성냥갑을 세워 표현했다. 성냥갑엔 매니큐어로 독립된 에피소드를 그려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전시는 24일까지 열린다.

한편, 김씨는 하반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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