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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권선옥 명사칼럼] 아름다운 운전문화를 위하여

  • 칼럼
  • 입력 2019.08.09 11:52
권선옥 시인
권선옥 시인

운전을 삼십 년 넘게 했지만 나의 운전 실력은 아직도 초보 수준이다. 앞으로 가는 것은 쉽게 가지만,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거나 주차를 할 때는 여지없이 초보운전자이다. 내가 주차하는 것을 보고 있던 지인이 면허를 다시 따야겠다고 한 말이 아주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전에는 <초보운전>이라거나 병아리 그림을 붙인 차량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초보 운전자의 불안과 미숙함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대했다. <초보운전>이라는 표지는 거북이걸음으로 길을 막아도 탓하지 않게 했고, 어미닭이 된 내가 병아리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너그러움도 가지게 했다. <초보>는 미숙한 운전자가, 숙련되고 속도에 골몰하는 운전자들에게 자신의 ‘서툰 운전’을 이해해 달라는 미소를 머금은 메시지였다. 그래서 고참(古參)들은 고참답게 병아리를 대했다. <초보>는 그의 미숙함과 실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면허증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초보>를 만나기가 어렵다. 여전히 운전학원은 성업 중이어서 수많은 병아리를 부화해 내는데 병아리는 없다. 요즘 운전학원은 예전과 달리 갓 부화해 내도 병아리가 아니고 어미닭을 세상에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병아리가 없는 것은 병아리라고 하면 업신여김을 당해서 병아리 티를 내지 않으려 하는 방어책이거나 병아리이면서도 병아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일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지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운전을 하다보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려고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면 깜빡이를 켜지 않고 불쑥 끼어들어 나를 놀라게 한다. 길을 가로막고 세월아 네월아 느릿느릿 산보를 하는 운전자도 있다. 옆길로 가서 그 운전자를 보면 천하태평으로 전화를 하고 있기도 한다. 법규로는 운전 중의 통화를 금하고 있지만, 급히 통화를 해야 하는 부득이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라면 2차선으로 통행하면 좋으련만 남을 아랑곳하지 않는 ‘마이 웨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옛말에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을 경계하는 말이다. 누구든지 그런 이기적인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남이야 어떻든 내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삭막하다. 이기심이 가득한 사람을 대하려면 나도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어야 한다. 이렇게 무장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늘 비바람이 쳐서 우리를 젖게 하고, 폭설과 빙판이 우리를 움츠리게 한다.
우리 모두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남을 배려하여 양보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한때는 길거리에 <양보>라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나는 그 표지를 볼 때마다 약간의 불쾌감 같은 것을 가지기도 했다. 양보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지 누구도 상대에게 양보를 요청할 수 없다. 상대의 형편을 고려하여 양보를 해 주면 고마운 일이지만 누구에게 양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양보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상황에서의 양보나 누구의 요구에 의한 양보는 진정한 의미의 양보가 아니다. 따라서 양보한 사람도, 양보를 받은 사람도 양보로 얻을 수 있는 기쁨이나 보람을 느낄 수 없다. 양보를 받는 사람은 계속 양보를 받아 혜택을 누리거나 양보하는 사람은 계속 양보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모두가 한때는 병아리였고, 또 누구든지 남을 앞질러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세상은 품앗이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미숙한 운전자를 배려하고, 길이 낯설거나 급한 일이 있는 운전자에게 앞을 내주는 아름다운 운전문화 형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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