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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상(언론인, 전 언론중재위원, 전 대전일보 편집국장 겸 논설실장)

[조홍상 명사칼럼] 주52시간근무제의 명암

  • 칼럼
  • 입력 2019.08.05 11:31

 

조홍상(언론인)
조홍상(언론인)

정부가 저녁이 있는 삶’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워라밸)’을 이루며 효율적 근무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52시간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52시간근무제 시행이 본격화하면서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산업 현장이나 개인의 생활 형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52시간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이전보다 일찍 직장에서 정시퇴근을 하게 되자 늘어난 여가시간을 활용, 취미생활이나 건강증진 등 문화생활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아 졌다.

헬스클럽회원으로 등록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평소에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분야의 공부를 하거나 영화를 감상하고 각종 전시회를 돌아보는 등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

또한 직장일 때문에 주말에나 집에 들를 수밖에 없었던 주말부부가 주중에도 만날 수 있게 됐고 일반적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기도 했다.

직장의 사무실 근무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퇴근시간만 되면 업무용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고 이전 같으면 할일이 있든 없든 웃사람이 있으면 눈치를 봐가며 퇴근을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이 칼 퇴근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대부분의 기업들이 회의시간을 단축하고 보고서작성 등 각종 업무를 간소화하는 한편 업무속도를 내는 등 업무의 집중도를 높였다.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근무강도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연장근무나 야근 등을 할 수 없게 돼 퇴근시간까지 마무리 못하는 업무나 급한 업무는 집에 가지고가서 해오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75%의 대기업에 정시퇴근 분위기가 정착됐으며 50%는 업무집중도가 향상됐다고 했다.

한편, 근로자들도 68.6%가 여가시간이 늘어나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반면 50.2%는 초과수당이 줄어 불만스럽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저녁시간이 주어져도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으면 즐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반적인 변화나 반응과 달리 일부 분야나 경우에 따라선 심각한 문제점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주52시간근무제의 적용을 받지 않던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하면서 지난 7월부터 300명 이상 연구원의 대형 연구개발 기관을 비롯해 대학, 병원, 은행, 노선버스 등 21개 업종이 주52시간근무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국책연구기관이 많이 몰려있는 대덕연구단지의 연구기관들이 오후 6시만 되면 사무실의 컴퓨터가 강제로 종료되고 일을 더 하려면 별도로 부서장의 결재를 받아야만 가능하게 됐다.

특히, 연구. 개발업무는 업무특성상 일이 한창 진행 중에 있을 때나 시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엔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지 도중에 중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할 경우가 많고 출퇴근도 일정한 시간에 하기 어려워 주52시간제 적용엔 무리가 있다고 한다.

군사. 안보에 관한 기술개발이나 연구는 물론 우주항공, IT등과 같은 국가적 전략기술개발이나 연구도 퇴근시간만 되면 사무실문을 닫아야 한다.

국책연구소뿐만이 아니다. 민간기업의 연구소나 개발부서도 저녁 퇴근시간만 되면 사무실을 비워야 한다. 조선, 영화방송제작과 은행, 건설업 등 특정기간에 일이 집중되는 산업의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과학기술개발과 연구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연구원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니 이래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일제징용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으로부터 반도체소재에 대한 무역보복을 당하는 것도 우리의 산업기술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반도체산업은 세계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지만 핵심 각종 생산 장비와 부품소재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필요한 기술이나 부품소재도 일본에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태도에 따라 우리의 주요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이 같은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선 자체기술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밤을 낮 삼아 기술개발과 연구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를 판에 저녁시간을 갖기 위해 퇴근시간만 되면 하던 일을 접고 사무실문을 닫아야 한다니 기술선진국에 들어서는 길이 요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근무시간을 단축하거나 제한해서 국민에게 자유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저녁시간을 주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뤄간다는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경직된 주52시간근무제를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52시간근무제의 원칙을 정하더라도 기업이나 사업소의 형편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할 것이다.

산업계는 연구. 개발조직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연구. 개발분야는 주52시간근무제 적용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탄력근로제 적용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최장근로시간의 제한 없이 주당 40시간이 넘으면 시간외 수당을 주고 있으며 변호사 등 전문직과 고액연봉자에겐 시간외 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도 이전엔 필요할 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중적으로 일을 해서 성과를 올리면 보상을 해주기도 했다.

52시간근무제를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엄격하게 법으로 다스릴게 아니라 융통성 있는 운용으로 사업의 발전과 함께 삶의 질을 높여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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