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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상상력과 체험의 바다시 60편 선보여

[BOOK] 이성배 시집 '이어도 주막'

  • 대전
  • 입력 2019.08.01 22:25
  • 수정 2019.08.05 13:14

[스타트뉴스=이철휘 기자]

이성배 시집 '이어도주막'
이성배 시집 '이어도주막'

 

 

시인 이성배
시인 이성배

2011년 한국해양문학상을 수상한 이성배 시인의 첫 시집''이어도 주막'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조감한 바다시 60편이 묶여 있다(사진).

포구와 섬에서 나아가 대양은 물론 빛도 닿지 않는 심해에서부터 수면 아래까지 다양한 생물과 그 바다 위에서 목숨을 걸고 고기를 잡는 사람의 다양한 삶이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그려져 있다.

치열한 탐색과 체험,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성배 시인만의 바다 서정을 일궈냄으로써 한국 해양문학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김남호 평론가는 "그의 시편들은 바다를 잘 모르는 내게도 헐거운 느낌이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었고, 그만큼 리얼했다. 공허한 진술이 아니라 핍진한 묘사가 그의 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고 평했다.

이성배 시인은 유교의 잔재에 물든 아버지의 보수성과 장남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폐쇄적인 농촌생활의 답답함으로부터 탈출한 곳이 바다였고, 나의 방랑벽의 목적지도 결국 바다였습니다. 대학교 때까지 하던 시 습작을 군인이 되면서 중단했다가, 불혹의 나이에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시를 써야 한다는 생각과 바다에 대한 동경과 경외가 자연스럽게 만나서 바다시를 쓰게 한 것이었습니다라고 하며 해양문학을 하게 된 소회를 밝혔다.

이 시인은 낭만적인 바다를 경계한다시인은 바다에서 인생을 읽었다고 말한다. 인생이 단순하지 않듯이 시인이 읽은 바다는 단순하지 않다. “세상은 늘 태풍 속에 있고/ 사는 것이 바로서기라면/ 난파할 수 있어도 침몰은 없다” (‘태풍 경보’) 라거나, “뱃사람의 항해란/ 흔들리며 중심 잡고/ 늘 출렁이며/ 수평 맞추는 일”(‘파도타기’) 등에서 보듯이 세상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 생의 이면들이 비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인에게 바다는 거대한 깨우침의 장소이자 그가 왔고 다시 돌아가야 할 시원의 장소이다. “파도 앞에 면벽하면/ 바다가 읽어 주는 푸른 경전/ 차가운 해풍 속에서/ 선원의 피 뜨거워”(‘파도에서 경()을 읽다’) 진다거나, “힘들어 땀 흘릴 때,/ 아파서 눈물 흘릴 때,/ 소금의 결정으로/ 슬며시 흘러나온다/ 붉은 혈관 따라 파도치는/ 푸른 바다의 흔적”(‘바다에서 오다’) 등에서 보듯이 우리 몸에 바다가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표제작 ‘'이어도 주막'60년 가까운 분단의 현실이 안타까워 하루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시라고 한다. 이어도 해역에서 압록강과 두만강이 만나고 한강과 낙동강이 만나 한 몸이 되어 태평양으로 가듯, 통일국가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특이하게도 저자와의 인터뷰로 해설을 쓴 김남호 평론가의 글을 보면 이성배 시인이 바다시를 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하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생동감의 촉수를 벼려왔는지 알 수 있다.

이성배 시인은 바다시를 쓰면서 한국 해양문학의 계보를 잇고 있는 김성식 시인, 천금성 소설가, 이윤길 선장에게 빚진 바 있다고 밝히고 있는 바, 그의 시세계 또한 한국 해양문학의 계보를 이으며 푸르게 빛나기를 기대한다.

 

이성배 시

 

이어도에 주막 하나 지어야겠다

천지天池에서 헤어진 압록강과 두만강

다시 만나는 청정바다에

초가지붕 올리고 봉놋방 뜨끈뜨끈 데워 놓고

개다리소반에는 미역국과 파래무침

참가재미 한 마리 구워야겠다

동해와 서해로 흐른

구애하는 귀신고래 황홀한 노래

밤 새워 청해 들어야겠다

손바닥에 박힌 소금알 혀로 핥으며

파도에 갈라진 발바닥 서로 주무르며

파도소리로 하나 되는 첫날밤을

창호지 구멍으로 훔쳐보아야겠다

날이 새면 또 다시 흘러갈 난바다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만남을 위해 다시

그 봉놋방 장작불 지펴야겠다

― 「이어도 주막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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