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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성 (在美화가, 프리아데스화랑 소속 작가)

[김여성의 그림일기] 푸른색 강아지

  • 칼럼
  • 입력 2019.04.04 14:34
김여성(재미화가)
김여성 재미화가

아들애가 다른 주로 진학하면서 구해온 강아지가 'Jack Russell Terrir' 종이다. 15파운드 정도 되는 중 소견인데 충성심은 물론이고 집중력이 강해서 애견인에게 사랑 받는 꽤 유명종이다. 주로 농장에서 여우 사냥용으로 키우는데 흰색 바탕에 검정이나 갈색 점을 가지고 있어 언뜻 보면 사냥견이라기 보다는 장난꾸러기처럼 보인다.

요 녀석은 이른 아침이면 내 침대모서리에 뛰어올라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단잠에 빠진 나를 깨운다. 그 끈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스스로 늦잠을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의 움직임을 알아챈 녀석은 곧바로 현관 앞에서 자신의 목줄을 물고 앉아 기다린다.

내가 놈을 길들이는 것인지 놈이 나를 길들이는 것인지 모를 그런 동거가 한 삼 년이 흘렀다. 요즈음은 내가 그림을 그릴 때면 층계참에 웅크리고 앉아 나의 작업 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런 어느 날 내가 대형 캔퍼스 바닥 면에 푸른색을 듬뿍 칠하고 있는데 무슨 까닭인지 갑자기 녀석이 캔퍼스 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어째 볼 사이도 없이 놈의 어깨와 엉덩이에 원형 푸른 무늬가 만들어졌다. 곧바로 목욕을 시켰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터인데 그림을 마무리한 후에 보니 녀석의 몸에 엉겨 붙은 오일 물감이 굳어져서 손쓰기가 어려웠다.

그런 모양으로도 우리는 예나 다름없이 산책길에 나섰다. 내가 현관문을 열어주면 강아지는기다렸다는 듯이 두어 번 껑충 뛰며 반가워하다가 목줄을 채우면 곧바로 산책길로 출발한다. 목을 길게 뽑아들고 정면을 바라보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내 보폭에 맞추듯 나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데 그 폼이 여간 고급스럽지 않다. 이웃 개들이 컹컹 짖어대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도도함까지 갖췄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산책길에 주민 몇 명이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른 무늬가 있는 강아지와 산보하는 '차이니스'를 만나보기 위함이란다. 한국, 일본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차이니스'라고 불린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푸른 무늬 강아지라는 호기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은 내가 화가라는 설명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도 못내 아쉬운 지 투덜거리며 돌아섰다. 그때 나는 본 것 같다. 나의 강아지가 나를 향해 슬쩍 미소 짓는 것을. 이것을 염화시중의 미소라고 하는 걸 이방인인 그들은 결코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아쉽게도 강아지의 사연이 담긴 그림은 지금 내 손을 떠난 지 오래라 소개할 수가 없다.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대신 그 강아지를 그린 그림을 소개한다.

지도 18/q 혼합 꼴라주 18/24 inch
지도 18/q 혼합 꼴라주 18/24 inch
푸른 색 강아지 /종이에 드로잉
푸른 색 강아지 /종이에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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