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뉴스=최문갑 기자]
국내외에 걸쳐 고질적인 고민거리가 된 불평등의 기본 성격을 설명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미국의 10여개 대학에서 불평등 관련 과목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야바위 게임’이 책의 도입부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얼핏 부의 불평등이라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 슈월비는 도덕의 문제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로 불평등의 심각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분석은 사실 새롭지 않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마이클 슈월비는 불평등의 ‘심각성’이 아니라 ‘어떻게 유지’ 되는가를 묻는다. 슈월비는 법, 정책, 관행, 일상을 규정짓는 ‘법칙’이 차별과 도덕적 문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가진 자’들이 조작하는 ‘야바위 게임’의 진실을 보여준다.
슈월비는 불평등을 유지하는 4가지 기본 법칙으로 ①게임을 조작하라! ②상상력을 억압하라! ③행동을 제약하라! ④젠더와 인종에 대한 차별을 이용하라! 를 제시한다. 단순히 누군가가 돈이 많다는 사실로는 불평등이 유지되지 않는다.
첫 번째 법칙인 게임을 조작하라는 법칙은 불평등을 유지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라는 의미다. 최저임금, 이민 정책, 무역협정 등을 불평등하게 만들어 다수의 사람이 그를 준수하게 하는 것이다. 이어 슈월비는 나머지 3가지 법칙을 덧붙여 어떻게 사람들이 불평등한 규칙에 순응하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두 번째 법칙인 ‘상상력을 억압하라’는 인권운동과 같은 특정 역사를 삭제하거나 이기심 같은 인간의 개성 일부만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특정 논리에 안주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세 번째 법칙인 행동의 제약을 대표하는 것은 책임의 그물로 일탈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소속 조직 내에서 변화를 시도하면 무시하거나, 처벌하거나, 책임을 물어 해고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마지막 법칙인 ‘젠더와 인종에 대한 차별을 이용하라’는 변화를 위한 큰 연대를 억제하기 위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남녀, 이민자와 자국민 등과 같은 구분법은 누군가는 지배하고, 누군가는 더 착취당한다는 논리를 만들어 불평등을 고착화하기 쉽게 한다고 지적한다.
불평등의 기본 성격을 설명하는 불평등 입문서로 볼 만 하다. 불평등이 유지되는 기본 구조를 명확하게 보고 불평등을 넘어설 상상력, 즉 창의적 대안을 떠올리게 되길 바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