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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범스님 명사칼럼] 겨울 꽃나무들이 말한다
[혜범스님 명사칼럼] 겨울 꽃나무들이 말한다
  • 이철휘 기자
  • 승인 2019.01.07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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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범스님(소설가, 원주 송정암 주지)

 

혜범스님(소설가)
혜범스님(소설가)

저는 저의 봄을 기다릴래요. 사랑이고, 이별이고, 기쁨이고, 슬픔이고, 그리움인 꽃을 피우려면 이 정도 추위쯤은 참아줘야지요. 저 살아있어요. 겨울 꽃나무들이 아름다운 봄을 만들기 위해 기지개를 편다. 모진 바람 눈비 맞으며 울컥울컥 꽃망울을 머금고 서있다.

외로워야 저희는 더 화려해져요. 이제 우린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어요. 바람에 떨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쓰러지지 않은 꽃나무들이 바람 앞에 서있다. 움츠리고 떠는 꽃나무들의 삶의 태도가 너무 예쁘다.

모진 추위와 바람에 알몸으로 서있는 꽃나무들. 어쩌다 첩첩산골 비포장 흙길 암자까지 와 한 폭의 겨울 수채화를 그리고 있을까. 길은 멀고 험해야 한다. 그래, 그렇게 우리 여기까지 왔지. 너희는 불가사의한 존재야. 너희들이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한다.

스님은 저희에게 특별해요. 나한테만 특별하면 안 되지. 여기 오는 모두에게. 꽃나무가 나의 말에 잠시 침묵한다. 예불을 끝내고 부처님께 올렸던 다기 물을 꽃나무들에게 내려준다. 말라비틀어진 앙상해진 겨울 꽃나무들, 지금은 춥겠구나, 얼어붙은 몸이 마음이 곧 봄을, 꿈을 꽃으로 만들 거야. 잎으로 존재와 우주를. 욕망과 능력을 발휘해 봐. 스님 말씀에 부끄러워지네요.

지금은 이별의 시간, 상처의 시간. 꽃이 흐드러진 봄 암자를 위해 지금은 까무러치거나 죽어야 하는 고통. 나를 보는 너는 누구냐? 예 저희는 꽃나무에요. 영혼의 가지로 꽃나무가 말한다. 그런데요 스님. 저희도 소리칠 땐 소리치고 울 때는 서럽게 울기도 해요, 한다. 그래, 아름다움을 펼치려는 너희는 너희를 사랑하는구나. 사랑을 앓는구나. 쓸쓸함도 외로움도 견디고 버티고 아픔을 드러내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사랑의 열매를 맺으려면. 내가 추위에 몸을 떠는 너희에게로 와 위로를 받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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