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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성(재미화가, 프리아데스 화랑 소속작가)

[김여성의 그림일기] 화가와 명성

기자명 양해석
  • 칼럼
  • 입력 2018.12.06 11:10
  • 수정 2018.12.24 16:59
김여성 화가
김여성 화가

거리를 걸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꽁초의 재를 털어내는 금발미녀, 방금 마신 일회용 빈 컵을 무심하게 차창 밖으로 던지는 드라이버, 빌딩 숲 뒷골목은 말할 것도 없고 가게의 철재 셔터 문들은 스프레이 페인트를 뒤집어 쓴 낙서투성이고, 뉴욕 지하철은 낙서철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만큼 의미를 모르는 그림을 뒤집어 쓴 채 꼬리를 물고 빌딩 사이를 달린다. 뿐인가. 지하철 주위에 살던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의 청솔모를 연상할 만큼 살찐 쥐들. 내가 처음 뉴욕 땅을 밟은 1974년도에 흔히 보던 풍경이다.

키스 해링(1958~1990)은 펜실버니아에서 뉴욕으로 유학 온 미술 대학생이었다. 주로 지하철역의 광고판에 백묵으로 숫강아지, TV, 전화기, 우주선 등을 표의문자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겼다.

참다못한 뉴욕 주 정부가 낙서금지령을 내리고 낙서꾼들에게도 수배령이 떨어졌다. 그들은 어찌나 신출귀몰한지 경찰은 매일 밤 허탕을 쳤고, 조간신문은 어제 밤 그려놓은 새로운 그림을 대서특필했다. 이에 콜렉터들은 그들의 그림을 사려고 혈안이 되었다. 경찰, 콜렉터, 신문기자, 낙서화가의 쫒고 쫒기는 긴박함으로 뉴욕 시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고, 그럴수록 화가들의 명성은 높아만 갔다.

키스 해링은 장 미쉘 바스키아(1960~1988)와 마치 쌍둥이처럼 낙서화를 그리다가 32세에 마약중독과 에이즈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인종차별 반대, 반핵운동, 동성애자 인권운동, 에이즈 교육 등의 사회적인 주제들을 간결한 선과 강렬한 색채로 명쾌하게 풀어내던 두 젊은이는 앤디 워홀, 로히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오늘날 팝아트(Popular Art, 대중예술)의 대표화가로 불리운다.

모든 것이 너무도 다른 이역 땅에서 이들을 처음 접한 나의 혼란과 혼돈은 실로 대단했다. 나름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비구상 그림으로 입지를 세우며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던 나였기에 문화적 충격은 엄청 났다. 대한민국의 최대 공모전인 국전에서는 모시로 만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창가에 고즈넉하게 앉아있는 여인 좌상이나 입상이 유행처럼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때였다.

나보다 10년 이상 젊은 청년들이 뉴욕 빌딩숲에서 낙서를 녹아내며 온몸을 던져 그림을 그렸을 때, 나는 무엇을 했을까? 그때의 내게도 젊음, 자유, 낭만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요즘 방탄소년단이 이야기하는 나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내어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가 없었던 것은 아닐지. 아니 그림으로라도 풀어내야 할 절··한 무엇이 그때의 내겐 없었던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아님 용기나 광기가 없었을 지도.

내게 남겨진 기간이나마 더 열심히 나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작년에 이어 요즘 지도그리기에 매달린다. 예술가는 개인적으로 최악의 상태가 되었을 조차 그 절망을 넘어 생애를 통트는 걸작을 탄생시킨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으며 오늘도 나는 묵묵히 지도를 그린다.

[사진] 키스해링 작품 Untitled  185,4/185cm Acrylic on tarpaulin with metal grommets 1983
[사진] 키스해링 작품 Untitled 185,4/185cm Acrylic on tarpaulin with metal grommets 1983
[사진] 김여성 작품  Mapping(지도그리기) 16/21 in 골판지 아크릭 물감 꼴라주
[사진] 김여성 작품 Mapping(지도그리기) 16/21 in 골판지 아크릭 물감 꼴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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