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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미(소설가, 대일문인협회 회장)

[김해미 명사칼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기자명 이철휘
  • 칼럼
  • 입력 2018.12.06 11:04
  • 수정 2018.12.24 16:51
김해미 소설가
김해미 소설가

 친구 중 하나가 고향땅에 제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를 가지게 되었다 해서 우리는 축하를 할 겸 나주에 있다는 그녀의 집으로 갈 계획을 세웠다. 지난 1995. 문화원의 비디오강좌에서 처음 만난 이후 오늘까지 우리는 매월 한차례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몇 번은 해체될 위기가 있었지만 용케도 오늘까지 이어온 귀한 친구들이다. 동아리를 결성한 후에는 공동으로 비디오를 몇 편 제작하여 몇 군데 출품하다가 환경부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회에서 덜컥 대상을 탔다. 신문과 TV에 우리의 활동이 소개되면서 한동안 우리는 모두가 환경운동가라도 되는 양 우쭐하기도 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비디오의 수명이 다하고, 대학마다 영상학과가 생겨나면서 경쟁력을 잃은 우리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요즈음엔 둘레길을 함께 걷고, 좋은 연극이나 영화를 감상하며, 1년에 한번은 날 잡아 풍광 좋은 곳으로 장거리 여행하는 것으로 만족 한다. 간간히 사진촬영은 하지만 비디오촬영은 잊은 지 오래이다.

이번엔 서대전역에서 오전 9시에 만나 장성에 있는 백양사와 담양의 죽녹원을 경유하기로 했다. 백양사는 풍광이 빼어나기로 이름 높은 곳으로 평소에 모두가 가고 싶어 하던 명소이다. 친구 덕분에 올해는 별 갈등 없이 그녀의 집 주변 두 곳을 여행지로 택했다. 운전 역시 그쪽 지리에 밝은 친구가 맡았다. 어디에 눈을 두어도 아름다운 산과 강을 이십 년 지기 친구들이 함께 한다.

1.400년 전 백제 무왕 때 창건한 백양사는 입구에서부터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수령이 700년이나 되는 갈참나무와 천연기념물인 비자나무(비목)숲을 지나 고불 매화나무가 있는 백양사 대웅전 마당에서 올려다 본 백암산은 온갖 색채의 조합으로 신비 그 자체였다.

담양의 죽도원 또한 대나무 숲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대나무 숲에서 대나무로 만든 안락의자에 앉아 초록색 대나무 잎새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그간 말 못하고 속 끓이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비밀을 홀로 간직해야 했던 임금님 전담 이발사의 고충을 십분 이해할 것 같았다.

마침내 당도한 친구의 집은 바로 그녀의 남편과 팔 남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고 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잠시 비워두었던 이 집은 곡절 끝에 둘째 며느리인 친구의 소유가 되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 집에 대한 친구의 애정이 남 다르다는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개의 옛집이 그러하듯 우리 친정집과도 비슷한 구조여서 내게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나누니 참말이지 오랜만에 고향집에 돌아온 자매들 같았다. 더욱이나 내 친구의 집이라 그런지 왠지 든든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근에 있는 저수지의 둘레길을 걸었다. 근처의 과수원엔 여름 내내 사상초유의 이상고온을 이기고 맺힌 탐스러운 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오후엔 나주 시내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젊은 청년들을 위한 창업지원가게들을 몇 군데 지나치자 꽃차 등 지역의 특산차를 소개하는 이색적인 찻집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곳이 친구가 5년여 근무하던 단위 농협이 있던 자리라 했다. 졸지에 그녀의 옛 직장까지 들여다 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요기가 바로 창구였고, 저기가 바로 내 자리였다며 친구는 조금 흥분한 눈치였다. 그렇게 자주 고향땅을 드나 들었어도 이곳은 처음이라며 감회에 젖어있는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한참 예쁜 나이의 젊은 그녀가 보였다. 나에게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바로 이때였다. 오래 잠자고 있던 비디오 제작의 영감. 더 늦기 전에 다섯 명 각각의 이야기를 비디오작품으로 만들면 좋겠다. 첫 스타트는 물론 영감을 준 이 친구가 될 것 같다. 제목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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