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통 가을
(기고) 온통 가을
  • 이정복
  • 승인 2018.10.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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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신경희
신경희 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신경희 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를 들으며 눈부신 문을 연지가 엊그제인데, 어느새 시월의 끝자락에 기대 서 있습니다. ‘일 년 내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 끝이 아쉽습니다. 그간 참 바빴습니다. 이모저모 여기저기 행사도 어찌 그리 많은지.

하루에도 기본 서너 건의 행사에 휩쓸리고 나면 영혼 없이 몸만 둥둥 떠다니다 돌아오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숨을 돌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침 내내 내리던 비가 멎었습니다. 가을비가 다녀간 자리, 단풍 빛이 더욱 선명합니다. 더불어 물든 마음 정갈하게 가라앉히고, 달달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십니다. 따뜻한 커피향이 입안에 머무니 그 향긋한 행복함을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작고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느낍니다. 가을은 참으로 위대한 계절이라는 것을. 하던 일 잠시 멈추고 창문너머로 올려다 본 하늘이 새삼 아름답습니다. 옥빛 가을 하늘은 더욱 유정(有精)합니다. 바로 앞에 자리한 초등학교 운동장가에 한창 물들어 그림처럼 서있는 몇 그루의 느티나무가 황홀합니다. 근거 없이 내 마음도 함께 물듭니다.

어느 시인은 이런 날 <옥빛 허공에 낚싯대 드리우고 차 한 잔 홀짝 거리며 시(詩)를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나도 어딘가에 조그만 저수지, 물든 나무 아래 낚싯대 드리우고 시(詩)를 낚고 싶어집니다. 늠연히 깊어가는 이 가을에.

언젠가, 요즘 체력도 딸리고 모든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내게, 어느 지인은 “외롭고 힘들 때면 기차를 타봐. 창 밖 경치만 멋있는 게 아니더라. 터널 지날 때면 거울이 되더라구. 빤히 쳐다보는 너를 볼 수 있어. 어둡고 깜깜해야 보이는 거야. 구름 끼고 비 온 하늘에서 햇살도 쏟아지는 거야” 라는 시구(詩句)로 위로를 건네주시더군요. 이래저래 사람 사는 일도 계절이 깊어갑니다.

눈만 뜨면 가을이 보입니다. 사방팔방 물든 세상이 찬란합니다. 지금, 가을은 어디에도 지천입니다. 괜스레 눈물이 나는 담홍색 여백. 둥둥 떠다니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금방이라도 후드둑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노오란 은행나무 아래 앉아 한나절 가을볕에 가슴을 내어주고 싶습니다. 너무 오래 품고 있어 형체마저 흐릿해진 그리움을 안고, 뽀뿌링 호청같이 깔깔한 가을볕에 고요히 더 고요히 가벼이 더 가벼이 퇴고 중인 가을 한 권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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