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호 명사칼럼 "기쁨은 인간의 원래 모습"
이계호 명사칼럼 "기쁨은 인간의 원래 모습"
  • 양해석
  • 승인 2018.10.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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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세상을 보는 窓_이계호(충남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
이계호(충남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
이계호(충남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

사람은 태어날 때 누구나 하나씩 구명조끼를 갖고 태어난다. 세상이라는 힘겨운 바다에 던져질 것을 대비한 것이다. 험난한 파도와 삶의 힘든 순간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보호해주는 구명조끼. 그것은 바로 기쁨이다. 기쁨의 구명조끼를 입고 벗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이며 입었을 땐 어떤 고난도 이겨낼 힘이 되지만 벗고 나면 잔잔함 가운데도 한없이 깊은 곳으로 추락하고 만다. ‘기쁨이 사라지면 죽는 것이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살도록 돼 있고, 아름다운 장미꽃은 흙 속에 뿌리를 묻고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살도록 돼 있다. 물고기가 어느 날 육지가 욕심나서 땅을 나온다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장미 역시 일탈을 꿈꾸며 땅을 박차고 나온다면 일정 기간 향기는 지속되겠지만, 생명은 사라진 꽃이다.

사람은 기쁨에 뿌리가 있고 그 안에서 살아갈 때 진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명예, 권력, 재물을 다 소유한다 해도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도 결국엔 어딘가 목적지가 있으며 쉬지 않고 평생을 달리는 자동차는 없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모두 행복과 기쁨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불행해지기 위해 사는 사람이 있는가, 고통스럽게 사는 것을 원하는 이가 있는가. 실수로 물 밖에 나온 물고기가 후회하며 돌아가길 원하듯이 사람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쁨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그렇다면 마냥 기쁘게 살면 되는 것인데,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문제는 본능에 있다. 사람의 본능은 동물의 그것과 동일하다. 그 본능을 이성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모습이 동물과 다른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일 먹어야 하는 식욕, 무언가를 끊임없이 가지려는 소유욕, 무리 속에 군림하려는 권력욕과 명예욕, 종족유지를 위한 성욕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삶의 중심에서 기쁨을 방해한다. 그런 본능을 통제하기 위해 사람들은 법과 규율을 만들었고 그 틀 안에서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타협일 뿐 본질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동물적인 본능에 따른 쾌락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TV방송 중에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리에 방영하였던 제리 스프링거 쇼(The Jerry Springer Show)’라는 토크 프로그램이 있다. 주로 진행자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출연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방청객과 출연자들이 서로 싸우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흑인을 경멸하는 인종차별 단체 ‘KKK’ 단원들이 출연자로 나오고, 방청객은 주로 흑인들로 구성되어 출연자와 방청객이 서로 욕하고, 때리며 싸우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직도 기억에 잊히지 않는 출연자가 있다. 한 부부였는데 이 둘은 친아버지와 친딸의 관계였다. 미국에는 비공식적이지만 친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아버지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리고 방청객으로는 남편의 아내이자 그녀를 낳은 어머니와 가족들이 있었다. 결혼한 친딸과 친아버지는 당당히 고개를 들고 서로의 손을 맞잡고는 전국에 방영되는 TV프로그램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혼하는 것이 왜 잘못 되었느냐?”고 목소리 높여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동물이나 식물이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권한을 가진 만큼 지켜야 할 의무와 통제해야 할 것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권한과 권력이 커질수록 반대로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본능을 따라 살아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동물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기쁨을 찾아 행복을 누리며 사는 과정이다. 사람다운 기쁨이 주는 값있는 행복이야말로 사람의 가장 처음 모습인 자연인으로의 삶을 사는 근본적인 해답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기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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