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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희 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신경희 교육칼럼/ 특별한 약속

기자명 이정복
  • 칼럼
  • 입력 2018.09.03 13:29
  • 수정 2018.09.03 13:32
신경희 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신경희 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9월입니다. 떠날 기세가 전혀 보이지 않던 무더위도 점점 사그라지고 잔 물 끓듯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자고나면 햇살 눈부신 가을이 군데군데 고여 있습니다. 계절의 약속은 풍요를 이끌고 생명의 땀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힌 대지는 가을 채색에 바쁩니다.

9월은 우리에게 3월 신학기처럼 각별한 달입니다. 우리교육청에도 새로운 얼굴들이 왔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정호승 시인님의 <방문객> 시구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입니다.

<기록적인 폭염, 전설의 족장이라는 이름의 태풍 솔릭’, 느닷없는 가을장마(?) 가 지나갔습니다. 이번 여름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꿋꿋이 이겨낸 우리는 더 대단하구요. 이제 맑고 푸른 가을날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떼구름 하늘이 파랗게 열리는 좋은 날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밀린 숙제를 보냅니다. 아직 떫고 맛이 안 나지만 언젠가는 달고 맛난 진국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졸고를 완성했습니다. ~ 중략>

지역 문화원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은 지가 수개월이 넘었는데, 엊그제 마감 전날에서야 얼기설기 급조된 졸작을 보내며 함께 쓴 메일 편지의 일부입니다. 떫은 글을 보냈지만, 약속은 지킨 셈 이 됐지요. 살다보니 그렇게 숨차게 코앞에서 해결하는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 자신과 또는 그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짜인 일상 속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밀렸던 몇 가지 숙제를 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십여 년전부터 나 자신과 한 특별한 약속이 하나 있습니다. 그 특별한 약속은 하루도 빠지지 말고 한 끼의 시()라도 먹자입니다. 돌아보니 새 터에서 좀 더 바빠졌다는 이유로 굶은 날이 더 많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약속만큼은 지키며 살려고 노력했는데도 그렇습니다.

내게는 좀 지루하게 느껴졌던 8월을 보내며 그동안 굶었던 날들의 몫까지 폭식을 했습니다. “()를 먹으면 삶이 아름다워질 거라던 그의 말을 떠올리며, 한 편 한편 빠르게 먹었습니다. 눈으로 먹고, 소리 내어 먹고, 손으로도 먹었습니다. 활활, 쏟아지는 활자의 활기, 활자와 활자 사이의 활기, 행간의 활기까지도 말이죠. 9월부터는 약속에서 오는 즐거움을 기다리면서 내 특별한 약속만큼은 꼭 지켜 내야겠다, 푸르러진 하늘과 손잡고 다짐했습니다.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는 백로(白露)가 코앞입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봉숭아 씨처럼 달려 나가 맞이합니다. 여름날의 그 뜨거웠던 열정이 올곧던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했습니다. 가을 해 떨어져 저문 날의 바람 속으로 마른 들풀 한 잎이 지고, 어둠이 오고 허공에 눈길 머무는 시간 많아질수록 내 마음의 꼭지도 필경 누군가를 향해 휘어지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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