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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세상을 보는 窓

김해미 명사칼럼 '사돈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법'

기자명 이근희
  • 칼럼
  • 입력 2018.08.17 12:42
김해미 (소설가. 대일문인협회 회장)
김해미 (소설가. 대일문인협회 회장)

 

드디어 내게도 사돈이 생겼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안사돈은 창원으로 한 번 내려오라고 성화였다. 아이들이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가겠다고 했더니 아이들과 함께 만나는 것은 다음에 하고 우리끼리 오붓하게 만나잔다. 자꾸만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폭염주의보가 내려 전국이 한증막처럼 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창원행 새벽기차를 탔다. 당일치기라도 해서 다녀가라는 안사돈의 권유를 따른 것이다. 아무리 날씨가 덥다하지만 아직은 예의를 지켜야 할 것 같아서 민소매 원피스에 보라색 볼레로를 걸치고 편한 구두를 신었다. 남편에게도 준 정장을 권했다.

창원 중앙역에 내리니 예상대로 사돈내외가 나와 반겨주었다. 역 구내에 창원 대학 홍보관이 있던데 못보고 왔다고 아쉬워했더니 안사돈이 그럼 예서 가까우니 거기부터 가잔다.

창원은 사촌 시누가 잠깐 살았던 때 딱 한 번 들른 적이 있을 뿐, 두 번 다시 온 적이 없었던 도시였다. 급격히 산업화된 도시로만 알던 이곳에 사돈이 생기니, 이렇게 대학교 교정에도 들어와 본다.

 

따뜻한 지방이어서 나무의 푸르름이 이처럼 깊고 진한 걸까? 캠퍼스가 온 통 숲 속에 잠겨있는 것만 같았다. 메타쉐콰이어 숲도, 소나무 숲도 울창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여태 보아왔던 그 어떤 대학의 교정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운치가 있었다. 잠시 대학시절로 돌아간 듯 넷이 나란히 숲속을 걸으니 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상쾌했다.

우리가 사돈을 대전으로 초대했던 날, 청남대와 계룡스파텔의 정원을 자랑스럽게 구경시켰는데 그게 부끄럽다고 했더니, 안사돈은 잘 손질이 된 정원 속 반송, 거목이 된 모과나무와 전국에서 진상 되 온 진귀한 나무들을 그때 처음 보았다며 무척 인상 깊었다고 했다.

우리는 결혼식을 할 때까지 모두 네 번을 만났다. 상견례 날. 두 집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남편과 바깥사돈이 의기투합하여 소주 5병을 나눠 마신 후, 술이 거나해진 남편이 그날 바로 우리 집을 오픈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귀가하자마자 사돈이 우리 가족을 경주로 초대하여 두 가족이 유적지를 함께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에게는 오랜만의 여행지였다. 세 번째는 우리가 정식으로 사돈댁을 대전에 초대하여 마침 전시 중인 아들애의 작품을 둘러본 후 청남대와 마곡사로 안내하였다. 네 번째는 결혼식장을 챙겨보려고 서울에서 만났으니, 양 쪽 집안이 어느 정도 서로를 알게 된 적절한 시점에 결혼식을 치룬 셈이다.

마침내 당도한 사돈집은 여행전문가의 면모가 그대로 묻어났다. 입구에서부터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나라별 크고 작은 특산품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되어 있어서 흡사 집안 전체가 작은박물관 같았다. 더욱이나 안사돈의 방에는 여행지마다 기념 판넬 여러 개가 거의 청사 게시판 수준으로 정리가 되어있었다. 참말이지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다웠다. 안사돈 살림솜씨가 어찌나 깔끔한지 우리 집과 비교되어 민망했다.

이후의 행선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락국을 세운 김 수로왕과 인도에서부터 온 그의 부인 허 왕후와의 알현이다. 어린 시절 친정아버지로부터 누누이 들어 알고 있던 김해김씨 안경공파 우리 시조를 이 나이에 사돈 덕분에 뵙게 될 줄을 내 어찌 알았겠는가.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관계를 멋지게 이어 가야 할지, 자식을 함께 나눈 사이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조심스럽기만 하다는 사돈관계. 차라리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살면 편하다는 게 중론인데 나는, 가능하면 피붙이만큼이나 가까이 하며 잘 지내고 싶다. 그건 우리의 마음이 지금만 같다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아들의 결혼으로 친구 하나와 오빠 하나를 얻은 것 같다는 안사돈 - 사돈부부와 나는 동갑이다. 우리는 오늘, 그 첫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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