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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세상을 보는 窓

노금선 명사칼럼 '가파도'

기자명 이근희
  • 칼럼
  • 입력 2018.08.16 13:53
  • 수정 2018.08.22 16:19
노 금 선=방송인. 문학박사, 선아복지재단 이사장
노 금 선=방송인. 문학박사, 선아복지재단 이사장

 

[대전]=스타트뉴스=이근희기자]=서귀포에서 남쪽으로 뱃길 10분정도가면 가파도가 나온다. 마치 바다가 피자 한판을 구워놓고 자연과 사람을 초대한 듯, 산이 하나도 없는 나즈막한 섬이다. 따뜻한 피자위에 고소한 내음새가 피어오르면 잊었던 고향이 찾아와 가슴에 안긴다.

파도가 심술부리는 날은 갈매기조차 나래를 접고 쉬었다 가고 150가지 자연을 닮은 얼굴들이 모여 삶의 애환을 나누는 곳이다.

어느 곳이든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듯이 이곳도 서로의 부대낌 때문인지 고소사건도 일어나 가슴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인정이 야생초처럼 피어나는 곳이다.

나지막한 지붕들이 빨강 초록으로 동화 속 그림처럼 누워있고 골목골목 깨끗하게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엔 쓰레기 하나 없이 잘 정리 되어있다.

하룻밤 지내려 들어갔다 기상악화로 배가 뜨지 못해 삼일을 더 묵었다.

가파도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바퀴를 도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봄에는 청보리,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파도처럼 물결치는 들판을 거닐며 오래 묵은 영혼의 찌꺼기들을 걸러 내었다.

이곳엔 자그마한 찻집도 있고 짜장면 집도 있고 악세사리 와 골동품 가게도 하나 있다. 햄버거 집과 식당도 몇 집 있지만 유일하게 슈퍼마켓이 없는 곳이다.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 날은 모든 곳이 문을 닫고 휴식을 취한다.

하나있는 초등학교의 학생은 모두 9명이다. 선생님과 학생이 1:1의 수업을 하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다. 서울에서 일부러 이사 왔다는 한 어머니는 두 딸아이를 위해서 이곳에 왔다면서 초등학교를 이곳에서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고 했다. 바닷바람에 건강하게 보이는 두 딸을 데리고 오후에 낚시하러 바닷가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 지혜로운 부모라고 생각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자연에서 모든 것을 배워가는 아이들은 건강한 사고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도심 속에서 서로 경쟁하며 수많은 학원으로 숨이 막히다 못해 영혼이 병들어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부모들의 과한 욕심들이 만든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힐링!

얼마나 갖고 싶었던 휴식 여행인가, 이곳에서는 내일도 어제와 같은 오늘이다.

순수한 영화 한편을 보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느긋하게 시간이 간다.

 

오늘 아침 배도 결항이라 할 일없이 바닷가를 거니는데 바지선 배 한척이 들어와 얼른 뛰어가 물어보니 태워줄 수 있다기에 짐 가방을 가지러 갔다 오는 동안 그 배는 늦었는지 떠나가고 있었다.

어제 온 고기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기 소식을 전차하고 냇가로 나갔더니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린다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 배는 약속도 어긴 채 떠나가고 있었다.

파도는 쉼 없이 밀려오며 위로해준다.

기다리라고 그저 모든 것 다 내려놓고 기다리라고, 그리고 오직 자연과 하나가 되어 보라고 타이르듯 계속 밀려 온다.

바쁜 일상의 조급증 벗어 놓고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삶의 쉼표를 얻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파도에 온 보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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