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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범스님(소설가, 원주 송정암 주지)

혜범스님 STN명사칼럼/세상을 보는 窓

기자명 이정복
  • 칼럼
  • 입력 2018.07.23 16:28
  • 수정 2018.07.31 11:35
혜범스님
혜범스님

[산이 좋아 산에서 산다]

사람들은 그리우면 산을 찾는다. 쓸쓸한 날이면 우리는 산에 오른다. 그렇게 산이 되는 것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 산에 든 사람들은 산을 내려간다. 산을 내려가지 않은 이는 길의 끝에 머문 사람들이다. 죽은 사람들이거나 나같이 산에 사는 스님 아님 산인들일 것이다.

저자거리가 좋은가. 산이 좋은가. 바다가 좋은가? 아무덴들 어떠랴.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치 않다. 산에는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저자거리는 저자거리대로 사연이 있다. 떠나기 위해 머무는 이는 없다. 머물고 살기위해 우리는 떠나는 것이다.

망망바다에도 산은 있다. 사람살이, 살다보면 각각의 지점에 캐릭터라는 문제가 보인다. 산에 오르면 나무를 만난다. 그러나 나무는 숲이 아니다. 어떤 이는 산에 올라 나무만 보고 어떤 이는 계곡만 본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하나만 보는 건 선입견이다. 그리고 고정관념에 갇힌 사람들이다.

왜 사는가? 왜 먹고 자고 애써 일하는가. 화두가 없는 사람은 즐거운 사람이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갖고자 하는 마음이나 쓸 데 없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욕망이지 살고자 하는 마음은 욕망이 아니다. 세상은 몸도 그렇고 마음도 재물도 소유가 아니라 사용인 것이다. 탐욕은 일체를 얻고자 욕심내어 도리어 모든 걸 잃어버린다.

세상은 산이다. 그대는 왜 산을 오르는가? 정상에 다다르려고.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산다는 건 먹고 자고 애써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기 위함인 것이다. 산에 올라 나무만 보기 위함이 아닌 것이다. 하늘도 보고 구름도 함께 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정진하는 것이다.

만남과 나눔만큼 우리를 살찌게 하는 건 없다. 산과의 만남, 바다와의 만남. 하늘과의 만남. 내가 나와 만나고 너와 만나고 세상, 세계와의 만남. 사는 게 수행이다. 그건 화엄의 발견인 것이다. 창조인 것이다.

우리들이 가는 길이 좁고 가시밭길이라는 거 안다. 그러나 고립되지 않고 열린 마음, 열린 세상을 만드는 이들에겐 웃음이 있다. 마음이 편안하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다. 산이 되는 사람들,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되는 사람들. 숨결이 따스하다. 웃음이 보인다. 보는 시선도 맑고 밝다. 주위에 맴도는 세상과 대화도 곧잘 나눈다.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는 이들.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이 티가 없는 진실한 그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초대하지 않았어도 인연은 저세상으로부터 왔듯이, 허락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 세상으로부터 떠나갈 것이다. 어떠한 곳에 있을지라도 주체적인 이 세상의 참주인공이 된다면 곳곳이 모두 진실이 될 것이다. 행복은 우리를 멀리 하지 않는다. 그렇다. 산은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산과 바다를 잊고 살 때가 있는 것이다.

어떤 산이 좋을까, 어떤 바다로 갈까, 는 이미 의미가 없다. 이 풍진 세상은 아니지만 남은 생 웃으며 오순도순 열심히 살자. 물론 ‘No Pain, No Gain’이다. 그래도 웃으면 복이 오리라. 우리가 오늘도 산을 오르는 건 행복의 산으로 오르려 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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