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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 부원장]

권선옥시인 STN명사칼럼/세상을 보는 窓

기자명 양해석
  • 칼럼
  • 입력 2018.07.04 10:21
  • 수정 2018.07.30 12:09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 부원장]
                        권선옥 시인

[만나서 좋았던 사람]

이제 나이도 꽤 들었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두루 만나지 못하는 것이 나의 타고난 천성이나, 사람을 만나야 하는것이 삶인지라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만났다가 곧 헤어진 사람도 있고, 오랫동안 인연이 이어진사람도 있다. 처음엔 싫었다가도 사귈수록 좋아진 사람, 처음부터 끝까지 싫은 사람. 처음에는 좋았지만 만날수록 멀어지는 사람, 처음도 좋고 시간이 흐르고 사귐이 깊어질수록 더욱 좋고 향기 나는 사람이 있다. 몇 년 전 캐나다 여행길에서 만난 가이드 청년.

캐나다에 공부하러 왔다가 그 나라가 좋아서 그냥 눌러앉았다고 했다. 이제 그 이름도 잊고 희고 길쭉한 얼굴의 윤곽조차 희미하다.

그런데 그가 했던 말들은 아직도 또렷하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캐나다 여행의 특성상 화장실을 그냥 지나치고 나면 다음 화장실을 만나기까지 오래 참아야 한다. 그는 꼭, 꼭 화장실을 강조하여 우리들을 변기 앞에 서게 했다.

<화장실>이라는 소리가 민망하여 학교에 다녀오라고 하던 재치는 세련된 그의 매너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안내하는 곳마다 정확한 지식으로 자신감이 넘치던 모습. 우리 일행은 날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찬탄했다. 누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리 가이드를 잘할 수 있냐고. 그가 대답했다. 처음 몇 년은 아무 것도 모르고 건성건성 일했는데, 어느 때부턴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이 여행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졌다. 그냥 속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속는 줄 알면서도 나이어린 자기와 다투기 싫어 그냥 속아준다고. 세상에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속이지 않겠다, 결심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갖췄다고 겸연쩍어 하며 말했다. 세상에 내가 속일 사람,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가 가르쳐 준 교훈이다. 또 한 사람도 생각난다. 내가 젊어 만났던 그 사람. 그는 자주 말했었다. 언젠가 우리는 헤어질 것이다.

먼 훗날 자신을 다시 생각할 때,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추억하게 하고 싶다고. 그때는 그 말이 우습기도 했다. 지금 걱정이나 하시지 쓸데없이 먼 훗날 걱정까지 하느냐고. 그런데 그 생각이 옳았다. 그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려고 그랬는지 언제나, 모든 일에 착하고 발랐다. 여유 있는 집안에 태어나 바르고 열린 사고를 가진 부모에게 교육받아 좋은 품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가끔 그를 떠올릴 때마다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다.지금 내가 그를 생각하듯 그도 나를 생각하기는 할까.

내가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듯 그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쁘게 생각해 줄까.나와 함께 했다가 지금은 멀리, 나와 헤어져 있는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어쩌다, 부질없이, 지난 사람 생각을 하며 흠칫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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