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은 인물도 훤칠하고 재주도 뛰어나 집안의 자랑이었다. 그를 서울로 보내 공부를 시키느라 많았던 전답을 팔아 학비에 충당했다. 그는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의 기대대로 승승장구하여 남이 부러워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형을 뒷받침하느라 동생은 많은 공부를 하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일해야 했다. 형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동생은 형에게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희생을 발판으로 형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형이 한 단계 한 단계 계단을 오를 때마다 동생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빠졌고, 형에
고교시절 문학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던 윤으로부터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전갈을 받았다. 헤아려보니 42년 만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몇 차례 전화를 받았고, 가까스로 그의 결혼식에도 참석했지만 대전에 같이 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살아왔다. 비단 윤 뿐 아니라 참 많은 이들과도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 없이 살아왔다. 세상살이가 어찌 맘먹은 대로만 되는 것이던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약속장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160cm가 채 되지 않는 단신의 윤은 넉넉한 몸피와 사람 좋은 웃음으로 손님을
우리는 평생 수많은 갈등을 겪으며 산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갈등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십상이다.최근, 우리 주변에서 주목받고 있는 주요 화두는 갈등과 상생, 소통과 공감이다. 가정에서 나라에 이르기까지, 어느 분야에서나 갈등과 상생, 소통과 공감이라는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스타트뉴스는 올해 ‘갈등 시대, 상생 스타트저널’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소통과 공감’을 주는 사례들을 심층 취재해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일구는 연중 캠페인이다. 인(人)은 사
정부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 시기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중 세종보, 공주보, 죽산보 등 3개는 해체하고 백제보, 승천보등 2개는 상시 수문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이 같은 결정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및 기획위원회가 자연성회복, 경제적분석, 수질, 생태, 이수, 치수, 주민과 지역민의 인식조사 등을 종합평가한 결과라고 했다. 무엇보다 경제성을 따져볼 때 보를 철거했을 때의 편익이 보를 해체하는 비용 보다 크다는 것이다. 공주보의 경우 해체 후 40년간의 편익은 1230억원인데 비해 해체 비용은 1140억원으로
지난 이월의 날들을 참으로 아쉽게 보냈습니다. 살가운 마음을 다 보내지도 못한 채, 눈부신 삼월 봄이 시작됐습니다. 떠나간 사람들에게 매화라 쓰고, 산수유라 또 쓰고, 물들었다고 다시 써 봅니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새로운 바람이 한번쯤 불어오기를 누구나 바라는지도 모릅니다. 평생을 다 바치는 하루, 두근거리나 품을 수 없는 하루가 이렇게 또 지나갑니다.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채 고샅길에 숨은 이월의 비틀거림을 지켜봅니다. “니 와이카노.” 누군가 묻습니다. 슬퍼하지 말 것. 책 한 장이 넘어가고, 또 한 계절을 넘습니다. 어서 빨
우리 사회는 언필칭 ‘갈등의 시대’, ‘갈등공화국’라 할 만큼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노사간 갈등이 만연하여 큰 혼란을 겪고 있으나, 갈등의 선제적 예방과 합리적 해결을 위한 시스템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오늘의 사회적 문제는 모두가 갈등을 내포하고 있으며, 공공정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행위주체들인 국가(중앙정부), 지방정부(지자체), 기업공기업은 물론 CS(Customer Satisfaction)에서 갈등관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최근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만드는 공공갈등, 사회갈등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발
저 높은 곳에도 세월이 있다면 백수가 진즉 되셨을 어머니를 머리카락이 하얀 아들이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이가 들수록 보고 싶은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이 는단다. 보릿고개와 배고픔이 상식으로 통하던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였던 1960년대에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외국 유학은 꿈을 이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고 목표였다. 힘들었던 5년의 가정교사 덕택(?)으로 얻은 결핵을 가까스로 털고 1969년 유학을 떠나는 아들에게 쥐어줄, 당시 정부가 허용하는 100달러를 마련할 길이 없어 가슴 아파하시던 어
이미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여배우나 유명 정치인, 대중 인기 가수들의 얼굴을 그려 치부하는 화가들을 우리는 무어라고 칭해야 할까?뉴욕 다다이즘의 창시자 듀상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발견하는 행위만으로도 예술행위라 하면서 미술관에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앤디 워홀(1928~1987)은 100장, 200장씩 실크스크린으로 작품을 찍어내면서 상업미술과 순수회화의 벽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뉴욕미술의 2세대인 워홀은 체코슬로바키아 이민자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피츠버그 인근의 시골
대한민국 상위 0.1%로 키우려는 부모의 극성스러운 욕망을 그린 모 방송국 드라마 ‘SKY캐슬’이 세간에 화제를 뿌리며 종영됐다.이 드라마는 우리의 교육현실과 맞닿은 픽션(Fiction)에 불과하지만 비난과 공감의 목소리가 서로 첨예하게 다르게 나타났다. ‘S’대 의대를 입학위해 수십억을 쓰는 비틀린 강남 사교육의 민낯을 들추어내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결국, 드라마는 종영됐지만 그 후유증은 가실 줄 모르고 흥미롭게 우리의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설마 저럴까’ 싶었지만 의외로 국민들의 호응도가 높아 해당 대학도 당황한
산골 마을의 겨울은 쓸쓸하고 고적하다 잎 떨군 나목의 처연한 모습텅 빈 거리에 부는 찬바람작은 교회의 십자가도 예수님처럼 외롭다기차가 지나가버리는 마을윙윙 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가로등벗겨진 비닐하우스 안이 으스스 떨고 있다따뜻한 모든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그냥 와서 살라고 이웃에게 빌려주고 떠났던 고향집. 그 사람들도 얼마 전 다른 곳으로 이사 가서 썰렁하게 비어있는 빈 집 정리도 할 겸 며칠 있다 가려고 내려와 불을 때고 일찍 누었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빈집에 들어와서 문득 나를 만난다. 잊혀진 것들의 고요를 만지며 오래
우리는 조선 500년 내내 훈구파와 사림파간의 싸움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재들을 억울하게 죽였다. 상식에 어긋나는 기록들이 얼마나 많고, 유교 나라에서 윤리나 도덕에 어긋나는 패륜들은 얼마였으며, 극악무도한 모함으로 동지를 척살하는 잔인한 일들, 이적행위 ․ 매국 행위로 나라를 팔아먹고 망치는 일들, 그 대부분의 일들은 권력보유자들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우리 민족사에 국민이 목숨 걸고 일어선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대전에서 고려시대에 무신정권의 학정과 지역적 차별에 항거하여 일어난 최초의 신분해방운동이자 농민 봉기인 명학소
도시가 빠르게 변모함에 따라 도시에는 큰 건축물이 많아지고 대지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에 덮여 녹지공간은 줄고 맨땅이 사라져 간다. 거리엔 홍수처럼 밀려드는 자동차와 다양한 에너지의 사용증가로 배출된 탄소는 온실효과를 발생시킨다.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과연 어떻게 바뀔까? 무척 궁금하고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현재의 상태 이대로 제도나 계획 없이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를 무기력한 생각으로 대하고 지속한다면 높아지는 온도, 심해져 가는 대기의 오염이 우리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다. 이에 전 세계는 수변도시와 공공
살다보면 존재의 가벼움으로 생(生)이 막 가려울 때가 있다. 그렇다. 산이 좋아 산에 살다보니 산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나는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르다 보면 숲은 보이지 않는다. 숲을 이루는 건 나무다. 산에 산다지만 산 밑과 무관히 살 수 없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언제나 산은 울창한 숲으로 그 품을 내어주곤 한다.산을 오르다 보면 산이 하고 묻는다. 마치, . 산을 다시 오르려면 생전 어머니가 묻곤 하던 질문이었다. 무념무상이던 나는 걸음을 멈추고 물음을 던지는
봄이 온 줄 알았다. 소나무나 대나무같이 사계절 늘 푸른 나무라도 한겨울 색깔과 늦겨울의 색깔이 다르다. 한겨울에는 잎이 시들지는 않았으나 몸을 움츠려 어두운 녹색을 띤다. 그러나 봄이 가까울수록 그 빛깔이 밝아져 연한 녹색으로 변하여 마침내 새잎이 돋는다.기온만 올라간 게 아니라 이렇게 나뭇잎도 색깔이 변했다. 아내는 내일이 춘분이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그래서 마늘밭에 씌워 두었던 비닐을 걷었다. 비닐 속에서 키가 자라 고개를 숙이고 지내다가 따뜻한 햇볕 아래서 어깨를 쫙 펴고 기지개를 켜는 것 같았다. 그동안 고개도 들지 못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랫동안 완전한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소망해 왔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해를 거듭하면서 날로 발전해서 완전해지리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지방자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는 상식적으로도 여러 가지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이유 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믿어왔다. 풀뿌리는 토착적 자연의 산물이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강제로 바꾸려 하거나 독성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 돼지 기해년 새해를 맞이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라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나고 구정 설을 건너니 2월 하고도 중순입니다. 2월은 일 년 중 가장 날 수가 적은, 그래서 좀 모자라고 허약해 보이는 달이기도 하지요. 누군가는 ‘미니스커트처럼 짧은 2월’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짧고 허약해 보인다고 하찮은 건 아닙니다. 설이 들어있고 정월 대보름이 담겨 있는, 사람들이 힘을 보태는 내공이 쌓인 달이라 여겨집니다.이번 구정 설은 주말이 겹쳐 연휴가 길었습니다. 다른 어느 해보다 포근하기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미투(MeToo)운동에 힘을 얻고 미성년자 때부터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력’에 시달려 왔다는 충격적이고 참담한 과거를 들춰냄에 따라 온 세상을 ‘폭풍전야’ 속으로 몰아넣었다.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체육회 폭력과 성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국민체육진흥법’과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법률안을 국회가 열리면 먼저 처리키로 뜻을 모았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는 지도자가 선수를 성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힐 경우 가차 없이 지도자 자격을 박탈하고 체육계에서 영원히 물러나게 한다는 취지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놀이기구가 없었던 어린 시절, 대전 보문산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놀이터였다. 동네 오빠, 언니들과 어울려 봄부터 가을까지, 나는 선 머슴애처럼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때로 아카시아, 진달래. 찔레꽃은 물론이고, 다래와 산딸기, 까마중을 간식거리로 삼았다. 그러다가 날이 쌀쌀해지고 설날이 가까워지면, 그때그때 부모님들이 자리를 비운 빈 집에 모여들어 연극 연습에 몰두하곤 했다. 우리들 중에 나이가 많은 오빠나 언니가 나름대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만든 극본은, 동화책에서 빌려온 여러 캐릭터들의 짜깁기에 불과했지만 어린 우
행복(幸福)의 사전적 의미는 ‘복된 좋은 운수, 또는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하거나 그러한 상태’로 돼 있다. 그래서 행복을 ‘hang福(매달린 복)’이라고 재밌게 풀이하기도 한다. 행복이 무엇이길래 ...그렇다면 행복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는 행복을 그토록 갈망하는 것일까. 긍정 심리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 중 한 사람인 소냐 류보머스키는 “행복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긍정적인 부산물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즉,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기쁨, 만족, 사랑 자부심, 경외감을 더 많이 체험하게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공포감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고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요즘은 매일 아침 집을 나서려면 미세먼지농도 예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마스크나 색안경 등을 챙기는게 일상화 되고 있다.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선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예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나쁨’ 단계가 예상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매우나쁨’ 단계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보하기 일쑤다.우리나라에선 일평균 미세먼지가 1m³당 0~30㎍(마이크로그램)이면 좋은